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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전 막판에 발을 뺐다. 항공사 인수를 통한 사업다각화라는 이점보다 공들여 회생시킨 자회사 팬오션과 하림그룹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부작용이 더 클 가능성을 우려한 판단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이날 오후 3시 마감한 이스타항공 매각 본입찰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하림그룹은 해운사인 팬오션(028670)을 인수주체로 이스타항공 공개 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항공과 해상 물류를 연계한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인수 금액 부담 때문은 아니다”라면서 “이스타항공의 부채 규모와 인수 후의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기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투입해야 할 자금이 매각가를 웃돌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당초 10여곳의 기업과 사모펀드가 입찰의향서를 냈던 이스타항공 본입찰에는 결국 쌍방울(102280)그룹만 참여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쌍방울그룹이 낸 입찰가와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참여자로 알려진 건설사 성정의 인수 희망가를 비교해 오는 21일 최종 인수 예정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빚더미에 앉은 기업을 인수했다가 휘청인 사례는 재계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금호산업은 과거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했다가, 두산그룹은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한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돼 곤욕을 치렀다. 하림그룹의 재무적투자자(FI)로 팬오션(당시 STX팬오션) 인수에 참여한 JKL파트너스도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7년 가까이 걸렸다.

하림그룹 구조도. /하림지주 제공

하림지주(003380)가 지분 54.7%를 가진 팬오션의 부채비율이 급등하면, 연결제무재표 기준으로 하림지주의 재무구조까지 악화될 수 있다.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신용등급이 나빠지면 계열사의 자금 조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하림지주와 팬오션의 부채비율은 각각 171%와 66%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인데다, 올해 1분기 감사보고서상 확인된 부채만 2000억원이 넘는다.

더욱이 해운업은 현재 하림그룹 연간 매출 중 20%, 영업이익의 30%를 책임지는 주요 사업이다. 팬오션이 흔들리면 그룹 전체적으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