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이 메가마트와 우일수산을 그룹에서 떼어내기로 했다. 고(故)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그룹에서 독립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식품 사업을,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화학을 맡고 있다. 차남도 독립 경영에 나설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신동원 농심 부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14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지난 4월 메가마트와 우일수산에 대한 계열 분리를 신청해 공정위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호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채무 보증이나 임원 겸임이 없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1975년 설립된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이 영남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운영하는 곳이다. 우일수산은 1992년 설립돼 조미·어육 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우일수산의 최대주주는 김정조·김정록·김창경씨 등 김씨 일가로 신춘호 회장의 배우자 김낙양 여사의 인척이 운영 중이다. 농심 측은 “기업 집단을 묶는 기준이 친척 6촌·인척 4촌 이내”라며 “우일수산은 인척 4촌에 들지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임원을 파견하지 않는 등 기업 집단에서 제외된다고 보고 신청했다”고 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총수를 중심으로 친척 6촌·인척 4촌 이내 기업은 기업 집단으로 묶인다. 친족 기업을 집단에서 제외하는 ‘계열 분리’를 하려면 출자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상장 기업은 상호 3% 미만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하며 메가마트 같이 독립 경영을 하려는 비상장 기업은 계열 회사 지분을 15%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 그 밖에 임원 겸임, 채무 보증, 자금 대차, 상호 부당 지원 행위나 사익 편취 등의 법 위반 행위가 없어야 한다.

승인 절차는 공정위 내부 규정인 독립 경영 인정 제도 운영 지침에 따라 이뤄진다. 기업이 신청 서류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해당 기업이 계열 분리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하고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 5조원 미만 기업도 친족 분리 신청이 가능하다”며 “출자 요건을 만족했다고 전부 승인나는 것은 아니고 독립 경영이 이뤄지는지 등을 살펴본다”고 했다.

신춘호 회장 지분 상속 전 농심그룹 지배구조

장자(長子) 승계가 원칙인 농심은 일찌감치 3형제의 경영을 분리해 후계 구도를 정리했다. 지난달 말 기준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갖고 있다.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19.36%) 최대주주이자 농심홀딩스(13.18%)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남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56.14%)와 농심(2.47%) 지분을 갖고 있다.

농심은 친족 회사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됐다. 지난 3월 말 신춘호 회장 별세 직후 공정위에 계열 분리를 신청하며 4월 말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농심·농심홀딩스·율촌화학 등 상장사 3곳의 자산 총액은 약 4조 7000억 원이다. 메가마트·우일수산의 지난해 자산은 1조 400억 원 수준이다. 이들 계열사 자산을 합치면 자산 총액 5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 측은 “농심이 계열 분리를 신청해 대기업 집단에서 빠졌다”고 했다.

메가마트는 지난해 57억 원의 적자를 냈고 우일수산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8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메가마트와 우일수산의 매출은 각각 7013억 원, 13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 5% 증가했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메가마트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함구했고, 메가마트 측도 “계열 분리를 인지한 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