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수 브랜드는 300여개. 컵에 따라놓고 보면 똑같은 물이지만, 이름과 가격은 천차만별입니다. 제품 분류도 다양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먹는 삼다수나 아이시스, 백산수와 같은 생수는 대부분 ‘먹는샘물’로 구분됩니다. 반면 오리온(271560)이 출시한 ‘닥터유 제주용암수’나 코카콜라의 ‘휘오 제주’는 ‘혼합 음료’입니다.
먹는샘물과 혼합음료는 어떻게 다를까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질문이 많습니다. 특히 혼합음료로 판매하는 물로 아기 분유를 타도 되는지 등 수질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먹는샘물은 수원지에서 원수를 취수해 여과 과정만 거친 후 판매하는 물을 말합니다. 수원지의 수질 관리가 중요해 환경부에서 관리·감독합니다. 규제도 상당히 꼼꼼합니다. 환경부는 먹는 샘물에 대해서 50여개 항목 검사를 진행합니다. 여기에 제조업체로부터 취수량 1톤당 2200원의 수질개선 부담금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혼합음료는 원수를 취해서 여과·정제 과정을 거쳐 염분 등을 걸러낸 정제수에 다시 미네랄 등을 넣는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탈염 과정을 거치는 해양심층수는 혼합음료로 분류되죠. 해양심층수를 토대로 만드는 ‘제주용암수'나 ‘휘오 제주'가 혼합음료로 구분되는 까닭입니다. 혼합음료의 관리는 환경부가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담당합니다.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생수 ‘탐사수’도 먹는샘물과 혼합음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탐사수는 먹는샘물인 반면, ‘제주 탐사수’는 혼합음료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독 제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 중에 ‘혼합음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제주특별법 때문입니다.
제주특별법 제380조는 제주도 내 지방 공기업만 먹는 염지하수 제품 개발 및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개발공사만 제주도 내에서 유일하게 먹는 샘물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용암해수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오리온·제이크리에이션)은 염지하수를 활용한 음료류 제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오리온은 해당 규정에 따라 제주 지역 염지하수를 탈염작업을 한 뒤 미네랄 성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제주용암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제주 탐사수’와 코카콜라의 ‘휘오 제주’도 같은 방법으로 제이크리에이션에서 만듭니다. 이 외에도 ‘알칼리수'나 ‘수소수'처럼 특정 성분을 강화하며 차별화한 물이 ‘혼합음료'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혼합음료라고 해서 물의 질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은데 이는 선입견입니다. 물론 일부 불량한 업체 중에선 혼합음료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약하다는 점을 틈타 저질의 생수를 유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을 사지 않기 위해 오리온과 제이크리에이션 측은 위생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고 합니다.
다만, 미네랄 함량이 낮은 연수(軟水)에 익숙한 사람이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경수(硬水)를 마시면 ‘물 맛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생수 ‘에비앙’은 목넘김이 미끌미끌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게 경수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목넘김이 깔끔하고 청량하다는 이유로 연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몸을 위해선 미네랄 보충이 중요하다는 게 물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특히 물에 들어간 주요 미네랄 성분 중 칼슘은 뼈 건강에 도움을 주고, 칼륨은 나트륨 배출로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마그네슘은 신경과 근육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미네랄이죠.
혼합음료는 생수는 미네랄 성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네랄 성분 중 칼슘은 단맛, 마그네슘은 쓴맛을 내는데 ‘칼슘 3 : 마그네슘 1′ 비율의 물이 최적의 맛을 낸다고 합니다. 자연 상태의 물을 취수하는 먹는 샘물은 이 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추기 어렵지만, 정제 과정 후 미네랄을 보충하는 혼합음료 방식은 미네랄 비율 조정으로 물 맛을 맞출 수 있죠.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진행한 ’2021년 먹는샘물 품평회’에선 혼합음료인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74개 대상 제품 중 최고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