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가 올해 1분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케이(K)뷰티 수요가 이어지면서 브랜드사와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들의 외형 성장도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동 지역 전쟁에 따른 원부자재 조달과 물류 불안이 장기화하면 화장품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31억달러(약 4조5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억2000만달러(약 9200억원)로 전체의 19.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중국이 4억7000만달러(약 7000억원), 일본이 2억9000만달러(약 4300억원)로 뒤를 이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미국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출 지역이 다변화하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주요 화장품 업체들의 1분기 실적 역시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올해 1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1조1268억원, 영업이익 124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5.3% 증가한 수준이다. 달바글로벌(483650)도 매출 1649억원, 영업이익 387억원으로 각각 44.9%, 28.7% 늘었을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는 곳은 에이피알(278470)이다. 에이피알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578억원, 영업이익 1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7%, 149.2% 급증한 수준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온라인 매출이 빠르게 불어난 데다 미국에서도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효과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미국 얼타뷰티(Ulta Beauty)와 오프라인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이 종료되는 2분기부터는 월마트, 타깃, 코스트코 등 대형 오프라인 채널 입점을 본격화할 수 있어 미국 사업 확장 여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다수 화장품 업체가 성장 흐름을 이어간 것과 달리, 고강도 뷰티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LG생활건강(051900)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1조5903억원, 영업이익 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64.1% 줄어든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은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고가 화장품 수출 사업을 전개해 왔고, 국내 판매 채널 역시 면세·방판·백화점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이 같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전통 채널 비중을 줄이고 H&B와 온라인 채널을 키우는 한편, 해외에서는 미국·일본 등 비중국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ODM 업계 역시 고객사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콜마(161890)는 1분기 매출 7123억원, 영업이익 65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 9.9%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맥스(192820)도 매출 6616억원, 영업이익 553억원으로 각각 12.4%, 7.6%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 자체는 무난하더라도, 중동 전쟁이 향후 업황을 좌우할 변수로 남아 있다고 본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중동 수출 비중은 전체의 3~4% 수준에 그쳐 단기적인 매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원부자재와 물류 측면의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화장품 용기의 주원료인 PP(폴리프로필렌)와 PE(폴리에틸렌) 가격 상승이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주요 용기 납품 업체들은 잇달아 거래처에 공급 단가 인상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장품 용기 공급 축소에 따른 납기 지연도 우려로 꼽힌다. 해외를 중심으로 K뷰티 제품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용기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생산 일정 자체가 꼬이며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탓이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동 전쟁이 대기업 화장품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화된다면 산업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