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뷰티 기업들이 잇따라 K(케이)뷰티를 핵심 성장 축으로 지목하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최대 뷰티 유통 체인 울타뷰티(Ulta Beauty)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K뷰티 브랜드를 주요 성장 요인으로 거론했고,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éal)도 K뷰티를 필두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식화했다. 해외 유통사들이 K뷰티를 입점시키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타뷰티는 지난해 4분기 스킨케어·웰니스 부문에서 4~6% 수준의 중간 한 자릿수 성장률(mid single digit)을 기록했다. 울타뷰티는 실적 발표회에서 메디큐브, 아누아, 피치앤릴리 등 입점 K뷰티 브랜드를 언급하며 이 부문의 주요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매장 내 비효율적인 상품군(SKU)을 정리하고 K뷰티와 웰니스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효능과 품질 중심으로 브랜드를 선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로레알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스킨케어 시장의 성공 공식(playbook)이 바뀌었다"고 진단하며 K뷰티의 영향력에 대해 강조했다. 로레알 경영진은 2025년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자사 스킨케어 부문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며, 그 배경 중 하나로 빠르게 부상한 인디 브랜드들을 지목했다.
로레알은 이에 대응해 혁신 속도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K뷰티 브랜드 닥터지(Dr.G)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닥터지는 2003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로, 2024년 로레알에 인수된 바 있다.
이처럼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 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해외 유통 채널에서도 K뷰티 브랜드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유통망에 K뷰티 브랜드 입점이 잇따르며 판매 채널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아이오페(IOPE)는 이달부터 미국 세포라(Sephora)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에 동시 입점하며 북미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에스트라(AESTURA)는 지난달 세포라 유럽 온라인몰에 입점한 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7개국 내 약 680개 오프라인 매장에 순차 입점을 앞두고 있다. 설화수도 올해 초 영국 온라인 뷰티 플랫폼 컬트뷰티(Cult Beauty)에 입점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울타뷰티는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K뷰티 브랜드 입점을 시작하며 관련 상품 구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울타뷰티는 메디큐브, VT코스메틱, 아임프롬, 썸바이미, 믹순, 네오젠, 채이싱래빗, 아누아, 마녀공장 등을 잇따라 유치하며 스킨케어 라인업을 강화했다. 퓌, 티르티르, 롬앤 등 색조 중심 브랜드도 울타뷰티를 발판으로 미국 오프라인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고 있다.
국내 유통 기업들도 K뷰티 확산 흐름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최근 세포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글로벌 주요 국가에 있는 세포라 매장 내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K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K뷰티 브랜드 노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올리브영은 오는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현지 1호점을 열고, 연내 LA 등지에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현지 첫 물류 거점을 구축하며 북미 내 주문 처리 역량도 강화했다. 올리브영은 향후 물동량 확대에 맞춰 물류센터 규모를 키우고, 미 동부 지역에도 추가 물류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한국 화장품 수출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K뷰티가 다시 한번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화장품 수출액은 19억4300만달러(약 2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었다.
이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세계 곳곳에서 실질 소비력 약화를 계기로 가성비 화장품 선호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K뷰티 수출 성장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