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192820)가 이탈리아 현지 기업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탈리아 공장을 교두보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세계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프랑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맥스 판교 사옥 전경. /코스맥스 제공

23일 IB(투자은행)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이탈리아 현지 화장품 ODM 기업 케미노바(Keminova)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코스맥스는 현재 프랑스 파리에 영업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유럽 내에 생산 설비는 없었다.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해외 생산 공장 진출국은 5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코스맥스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상해·광저우),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며 연간 약 33억 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힌다. 앞서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지난해 8월 경기 판교 코스맥스 본사에서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유럽 내 생산 시설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스맥스는 과거 미국 진출 과정에서도 현지 공장 인수 전략을 택했다. 코스맥스는 2013년 미국 오하이오주 솔론의 로레알 공장을 1100만달러(약 160억원)에 인수한 뒤 2014년 코스맥스USA를 설립했고, 2016년부터 본격 가동했다. 2017년에는 뉴저지주의 색조 화장품 제조사 누월드를 인수했으며, 2023년부터 두 회사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미 로레알,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비롯한 다양한 유럽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코스맥스가 이탈리아에 생산 거점을 두면 현지 납품이 가능해져 소량·다품종 대응이 수월해지고, 유럽 규정에 맞춘 품질·인증 대응 속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까다로운 규제 환경과 프리미엄 수요가 공존하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프랑스 임상 기관 유로핀즈(Eurofins)와 화장품 임상시험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럽 진출 기반을 다졌다. 유로핀즈는 1987년 설립돼 전 세계 950개 이상의 연구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시험·인증 전문 기업이다.

코스맥스가 최근 국내 업계 최초로 차세대 자외선 차단 지수(SPF) 시험법 'ISO 23675'를 도입한 것도 유럽 공략과 맞닿아 있다. ISO 23675는 인체에 직접 도포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성능을 측정하는 체외 시험법으로, 유럽 시장에서 SPF 표기 기준으로 채택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유럽 내 생산 시설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