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 패션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일부 신진 브랜드들이 짝퉁(가품) 부자재 사용과 택갈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브랜드로, 논란 발생 후 무신사 측의 별도 조치가 없어 ‘방치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신진 패션 브랜드인 L사가 자사 워크 재킷 제품에 가품 YKK 지퍼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사는 2019년에 무신사에 단독 입점해 2022년 누적 판매액 전체 순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YKK 지퍼는 지퍼 제조회사인 일본 요시다 공업에서 만드는 지퍼다. 내구성이 높아 고가에도 중국 제품의 초저가 공세를 버티며 전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나이키와 루이비통 등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YKK 지퍼를 쓰고 있다.
소비자들이 항의하자 당시 L사 측은 “중국 명절 기간 제품 제작 업체에서 리오더(재생산) 되는 많은 수량의 제품을 소화하지 못해 납기일을 맞추려 보다 빠르게 수급할 수 있는 가품의 부자재를 일부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제품에 대한 전액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L사 여성 브랜드에서 여전히 가품 YKK 지퍼를 쓴 외투를 판매 중이라는 의혹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시 나왔다.
백화점에도 입점한 무신사 인기 브랜드 I사는 택갈이(타 브랜드 제품에 자사 상표를 붙여 파는 수법) 논란에 휩싸였다. 이 브랜드의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4만9000원짜리 주얼리 제품이 타 브랜드에서 1만2000원에 판매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또 다른 키링(열쇠고리) 제품은 중국 초저가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I사는 무신사에서 한때 코트 판매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끄는 브랜드다. 최근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입점하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I사 측은 “의류에 쓰는 부자재가 아닌 소량 제작이 어려운 액세서리 부자재는 소싱(조달) 업체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쓰는데, 이 과정에서 타사와 같은 디자인의 부자재가 사용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환불 조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행위가 한국 패션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인 택갈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들은 소비자 신뢰를 저하하는 짝퉁 사용이나 택갈이 같은 행위들이 지속되면 K패션의 인기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 지적한다.
저렴한 의류를 구매해 브랜드 라벨을 변경해 고가 브랜드로 둔갑시키는 택갈이는 소비자 신뢰를 저하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 현재 한국 인디 패션 브랜드들이 자체 디자인이 아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것도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논란이 된 브랜드들은 모두 무신사를 발판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하지만 무신사는 논란 이후 해당 브랜드들에 주의를 주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무신사가 플랫폼으로서 소비자 신뢰 보장 의무를 방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신사는 리콜이나 환불 외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기엔 플랫폼이라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신사 측은 “지퍼 문제가 발생한 브랜드와 관련해서는 사실 확인 이후 빠르게 리콜 및 환불 조치를 취했다”라며”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상품 중단 등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초 안전거래센터를 개설한 뒤 지식재산권 침해, 정·가품 신고, 기타 이슈 신고 등에 대해 고객 및 입점 브랜드의 신고와 제보를 받고 있다.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상품 판매 중단 등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