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맞수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이 올해 3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등 서구권 매출 비중의 증가로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북미 매출이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업계에서는 케이(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북미 시장에서의 대응력이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적 호조에도 아모레퍼시픽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냉정했다. 일부 증권사는 핵심 브랜드인 코스알엑스의 성장률 둔화를 근거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로, 미국 실적을 이끄는 핵심 브랜드로 꼽힌다.

그래픽=손민균

◇북미에서 터졌다... 깜짝 실적 발표한 아모레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0% 늘어난 750억원, 당기순이익은 23.7% 증가한 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호실적이 주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97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52억원으로 278% 증가해 증권가 추산치를 52% 웃돌았다.

사측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 전략이 먹혀 들었다고 분석했다. 해외사업 매출은 36% 증가한 431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미주 매출은 1466억원으로 108% 증가했고,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매출은 545억원으로 339% 늘었다.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코스알엑스의 실적 편입 효과와 함께 이니스프리, 라네즈의 판매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코스알엑스 지분 전체를 인수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의 코스알엑스 판매 페이지. /아마존 캡처

기존 주력 시장인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40% 감소했으나, 적자는 예상 대비 줄어든 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사업 매출은 5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6% 감소했지만, 면세 및 뉴 커머스(방문판매) 채널의 마진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151% 성장한 480억원으로 집계됐다. 데일리뷰티(생활용품) 사업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LG생건, 북미에서 역성장

LG생활건강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13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4% 줄어든 1061억원으로 시장 기대치(1423억원)를 하회했다. 당기순이익은 735억원으로 19.4% 감소했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부문 모두 매출이 줄었다. 영업이익은 화장품(114억원)만 43% 증가했고,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은 각각 11.8%, 27.5%씩 감소했다. 사측은 화장품에 대해 온라인,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성장했으나, 면세점 업황 둔화와 해외 사업 효율화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은 4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중국 매출은 12% 증가한 1539억원, 일본 매출은 10% 증가한 961억원이었다. 하지만 북미에선 매출(1253억원)이 16% 역성장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북미 시장을 겨냥해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으나, 사업 효율화 영향이 지속되며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변화 방향은 맞으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마진 채널의 매출 하락, 아직 정상 이익 체력이 아닌 채널·지역으로의 투자 확대로 화장품 부문의 수익성이 내년 상반기까지 추세적으로 하락(연간 감익)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LG생활건강의 ‘더후 천기단 아트 페어 인 상하이’ 행사장에서 중국 왕훙(인플루언서)들이 리뉴얼 된 천기단 제품을 감상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애매모호한 어닝 서프라이즈... 아모레 목표가는 ‘줄하향’

3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전일(11만6600원) 대비 3.17% 오른 12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에는 1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깜짝 실적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회사의 성장 동력인 코스알엑스의 매출 성장률이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알엑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미만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었던 코스알엑스의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한 점이 아쉽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7만원으로 내렸다.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코스알엑스의 매출 회복이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애매모호한 어닝 서프라이즈”라며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주가를 18만원에서 15만5000원까지 낮춰 잡았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원동력인 코스알엑스 외형 성장이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