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2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은 한국 화장품 업계에서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꼽힌다.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처음 나오면서 액상 형태의 파운데이션이나 비비(BB)크림 정도로 나뉘었던 피부 메이크업 시장 판도가 뒤바뀌었다.

그래픽=정서희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션은 콤팩트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액상 형태의 파운데이션을 스펀지로 찍어 바르는 제품이다. 자외선 차단 기능에 더해 쿠션만으로도 피부 표현이 가능해 화장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준다.

소비자들이 먼저 이 혁신적 제품을 알아봤다. 출시 2년 만에 쿠션 연간 판매량은 50만 개가 됐다. 2012년엔 600만 개, 2013년 1260만 개가 팔려나갔다. 2015년엔 3300만 개가 팔리면서 소위 ‘1초에 1개씩 팔리는 화장품’으로 성장했다.

쿠션 팩트는 실제 화장 문화를 바꿨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TNS코리아가 800명의 국내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쿠션으로 화장 수정이 간편해졌다고 답했다. 화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콧대 높은 샤넬 등 럭셔리 뷰티 브랜드부터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 등도 뒤늦게 쿠션 제품을 출시했다. 매출 규모가 10배 이상 큰 로레알이 아모레퍼시픽의 ‘미투(me too)’ 제품을 내놓은 최초 사례다. 쿠션은 한국 화장품 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에는 ‘가볍고 밀리지 않는 흐르지 않는 액체’라는 독자적 셀트랩(cell-trap) 기술이 담겼다. 셀트랩은 초미립 분산 기술을 이용해 파운데이션과 같은 내용물을 스펀지에 담는 기술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쿠션과 관련해 국내와 해외를 합쳐 출원한 특허는 206건이고, 등록 특허는 35건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 2011년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쿠션 단일 품목 매출액이 300억원을 넘어서자 쿠션을 산하 여러 브랜드에서 출시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쿠션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헤라 블랙쿠션이다. 헤라 블랙쿠션은 올해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