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정품 한 개를 구매하고, 수십 장의 샘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중장년 세대에겐 익숙한 방문판매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기 전, 지금의 5060 세대 여성들은 종종 방문판매원들에게 화장품을 구매하곤 했다. 집으로 직접 찾아와 편리하고, 기능과 적절한 사용법까지 알려주는 데다 ‘샘플 폭탄’까지 안겨주니 방문판매만의 장점이 뚜렷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으로 버텨오던 화장품 방문판매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며 침체됐다. MZ(1980년대~2000년대 출생) 세대가 방문판매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하락세에 일조했다.
이런 화장품 방문판매가 탈바꿈을 위해 새 옷을 입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해 온라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문화를 적극 활용한다.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동시에 부수입까지 얻고 싶은 2030세대를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김금비씨는 방문판매를 부업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1994년생인 김씨는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방문판매원)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4개월이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부터 화장품 방문판매 사업을 통칭해 ‘뉴커머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꿨다. 뉴커머스는 ‘에디터’와 ‘카운셀러’로 구성되는데, 카운셀러가 예전 방문판매 사원이다. 에디터는 SNS에 콘텐츠를 제작하고 아모레 자체 스마트스토어 개념인 에딧샵을 활용해 직접 고른 제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김씨의 본업은 프리랜서 ESG 컨설턴트. 대학생 시절부터 해오던 수학 과외도 꾸준히 하고 있다. 두 일을 병행하는 데 체력의 한계를 느끼던 시점에 운명처럼 인스타그램으로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 모집 공고를 봤다. 김씨는 “원래 하던 일은 기업 상대라 철야가 잦았고, 과외도 나이를 먹으면서 평생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대안을 찾던 차에 기회를 포착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에디터와 카운셀러 활동을 같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품 중 일부를 본인이 사용하고, 효과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게시하는 식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동영상은 조회수가 2만 회를 넘기도 했다. 특히 김씨는 카운셀러 활동을 계기로 아모레퍼시픽의 건강기능식 제품 일반인 모델도 하는 등 인플루언서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는 “관심받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와 에디터로 본격 활동하면서 지인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기 위해 내 SNS 계정에 유입이 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라면서 “주도적으로 내가 만든 콘텐츠에 따라 수익도 나고, 동시에 내 개인 팔로워도 늘어나니까 일에 시간이 들어도 재미가 있고, 자아실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발로 뛰어 방문하던 예전 방문판매와는 달리 MZ세대 방문판매원들은 온라인과 SNS를 적극 활용한다. 고객들과의 소통은 인스타 다이렉트 메시지(DM)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주로 쓴다. 카운셀러의 경우 고유 URL을 활용하고, 에디터는 아모레퍼시픽 개인 스토어인 에딧샵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아모레퍼시픽 카운셀러의 연령층은 점차 어려지고 있다. 김씨와 같은 20~40대 여성 중 카운셀러는 2만여 명으로 전체 20%를 차지한다. 최연소 카운셀러는 2003년생이다.
김씨가 벌어들인 최대 순수익은 현재까지 한 달 기준 120만원 정도다. 아직 크진 않지만 매출이 계단식으로 늘고 있다. 고객이 고객을 소개하는 형태라 입소문만 좋게 난다면 기하급수적인 수익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의 경우 2~3년내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땐 다른 본업을 하기가 어려우니 고객을 늘려 아모레 방문판매를 평생 직업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김씨는 “동료 카운셀러 중에는 경력단절녀들이 많다. 임신을 해도, 육아를 해야해도 지장없이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면서 “열심히 고객을 늘려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