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43,267,707원...’
28일 오후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성지로 부상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건물 앞에 대형 전광판이 세워졌다. 전광판의 짙은 주황색 화면에선 검은색 숫자들이 빠르게 바뀌었다. 수백억 단위의 숫자 앞에는 ‘총 누적 판매 금액’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전광판은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지난 23일부터 진행하는 여름 세일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무진장 블프)’를 알리기 위해 팝업스토어 앞에 세운 것이다.
전광판에서는 이번 세일 기간 상품 판매 추이가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무신사는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누적 판매 수량과 누적 판매 금액, 누적 할인 금액 등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23일 저녁 7시에 시작한 무진장 블프는 시작 4시간 만에 판매액 100억원을 넘어섰고, 이날 저녁 누적 판매 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팝업스토어 내부에는 상품 하나 없이 미로처럼 생긴 조형물만 놓여 있었다. 조형물 곳곳에는 QR코드가 찍혀 있었다. 방문객들이 QR코드를 찍으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무신사스토어와 29CM, 솔드아웃 등 온라인 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이 무작위로 증정된다. 현장을 배경으로 옷차림을 찍어서 무신사 스냅 등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쇼핑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해당 팝업스토어에는 지난 22~23일 이틀간 25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무신사는 할인 행사가 끝나는 다음 달 3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여름과 겨울,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원래 겨울에만 진행했으나, 2021년 7월 여름 할인 행사를 신설했고 이듬해부턴 행사 기간을 6월로 앞당겼다.
무신사가 특히 여름 할인 행사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이때가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패션계에 따르면통상 고가의 겨울 외투가 팔리는 4분기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을 거둬들인다.
여기에 최근 소비 심리 위축으로 패션 상품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도 이유로 지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6.5% 증가했다. 식품, 리빙, 서비스 품목의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패션·잡화(-3.7%), 아동·스포츠(-0.7%)의 매출은 감소했다. 명품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매출 증감률도 변동이 없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의류 관련 매출 감소세는 더 뚜렷했다.
현재 무신사 외에 지그재그, W컨셉 등 패션 플랫폼도 상반기 할인 행사를 동시다발적으로 펼치고 있다.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플랫폼의 경우 입점 브랜드가 비슷하기 때문에 할인율만으로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면서 “이에 무신사는 ‘무진장 블프’라는 할인 행사를 브랜딩화해 고객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무진장 블프는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 6월 진행한 여름 블프는 10일간 1405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행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12일간 진행한 무진장 블프 판매액은 308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22일간의 블프 행사로 총 4488억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한 셈이다.
무신사의 지난해 이커머스 서비스 거래액(GMV)은 약 4조원이 넘었다. 회사에 따르면 이 거래액은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29CM·솔드아웃에서 환불·교환을 제외한 구매 확정 기준 상품 판매액의 총합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연간 거래액의 10%가량이 무진장 블프에서 나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