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이 이달 중순 일본에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최근 올리브영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일본을 글로벌 진출을 위한 핵심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이달 중순 현지 법인을 세웠다. 법인 대표는 올리브영 내부 임원을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현재 일본 법인의 조직을 세팅하는 중”이라며 “현지 뷰티 업계에서 경력을 지닌 외부 전문가들을 채용해 조직을 구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본 법인은 일본 소비자 취향을 연구하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등 현지화 전략과 대형 유통 채널 진출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올리브영 명동 타운' 색조 코너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리브영이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외국인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올리브영의 매출은 1조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이중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매출 중 외국인 인바운드 매출(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구매)이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국가별 비중은 중국 30%, 일본 20%, 미국 10~15% 수준이었다.

올리브영은 코로나19 시기만 해도 해외 진출에 보수적이었으나, 최근 인바운드 고객의 급격한 증가세에 따라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은 크게 ▲온라인 플랫폼 전략 ▲자체 브랜드(PB) 제품 수출 두 갈래로 진행된다.

온라인 플랫폼 전략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이 본국으로 귀국한 후 올리브영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2차 구매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PB 상품 수출 전략은 말 그대로 올리브영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현지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로프트, 프라자 등 일본 오프라인 버라이어티 숍(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유통채널)과 라쿠텐, 큐텐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 입점해 판매 중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웨이크메이크, 브링그린 등 9개의 PB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에서 P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 수준이다. 특히 일본에서 PB 상품 매출액은 2020년~2023년까지 4년간 연평균 125%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일본은 워낙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고 거리상으로도 가까워 수출 사업을 하기에 좋다”면서 “현지 사무소 설립을 통해 브랜드 수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10일부터 사흘간 일본에서 열린 'KCON JAPAN 2024'에 참가한 올리브영의 부스가 관람객으로 붐비는 모습. /CJ올리브영 제공

올리브영은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올리브영은 앞서 2013년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냈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영향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18년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시장에선 최근 사모펀드 글렌우드PE가 올리브영 지분 22.6%를 약 3조5000억원 밸류로 매각하고, 이 중 절반을 올리브영이 자사주로 매입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사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으며, IPO(기업공개)와 CJ와의 합병 등 모든 방향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는 IPO보다는 합병 방안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지만, 여러 여건상 단시일 내 지배구조 개편안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 또한 낮다”라고 전망했다. 지배구조 변화의 관점보다는 자회사들의 추가 성장 여부 등을 투자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