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업계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모처럼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G생활건강은 10개 분기 만에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등했고,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핵심 브랜드의 리브랜딩과 신성장 판로 확대, 탈(脫)중국 전략 등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뉴스1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영업이익이 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68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2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2.9% 증가하며, 당초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할 거란 시장 전망을 빗겨갔다. 같은 기간 매출은 9115억원으로 0.2% 감소했다.

국내 매출은 5646억원으로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4억원으로 27.8% 늘었다. 설화수 및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해외 매출은 3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6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중화권 매출이 19% 감소했으나, 미주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매출이 각각 40%, 52% 증가하면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1분기 영업이익이 15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은 1조7287억원으로 2.7% 증가했고, 순이익은 1131억원으로 17.4% 늘었다.

화장품 사업의 매출이 예상보다 좋았다. 화장품 사업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7409억원,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631억원이었다. 핵심 브랜드인 더후의 리브랜딩으로 중국의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면서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9.9%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리브랜딩 한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 더후. /LG생활건강

1분기 중국 매출이 회복된 이유는 중국 소비자의 화장품 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화장품 할인 행사가 크게 진행됐던 2022년 연말과 2023년 연초에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바람에 지난해 신규 화장품 구매가 발생하지 않다가, 올해 들어 보유 재고가 줄며 화장품 구매 수요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중국 현지 면세 매출 증가세로도 확인된다. 2023년 4분기 대비 2024년 1분기 하이난 면세 매출은 44.6%, 하이난 내 화장품 매출은 41.5% 증가했다.

다만, 같은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설화수의 도매 판매 조정 및 이니스프리 매장 효율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2분기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이 흑자 전환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적 개선세가 보이자 오랜 기간 부진했던 주가도 상승세를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전장 대비 3.52%오른 15만59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LG생활건강도 전장 대비 1.15% 오른 39만6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화장품주는 지난달까지 지지부진했으나, 지난 1분기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치인 2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1.7%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이들 업체가 실적이 부진했던 기간, 사업 구조를 개선한 만큼 향후 건강한 성장이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반영해 직영점·가맹점 위주에서 온라인·헬스 앤 뷰티 스토어(H&B)로 판매 채널을 전환했다. 또 중국 내 숨·오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고, 미국 및 일본, 동남아 등 비중국 판로를 확대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수출 지역 다변화와 브랜드 효율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오는 5월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는 코스알엑스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크다. 코스알엑스는 매출 90%가 북미 시장에서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4600억원대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