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K뷰티 대장인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이 3분기에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국 현지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일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주력 브랜드를 새단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 단계라 이전과 같은 수준의 실적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LG생건 3분기에도 죽 쒀… 中 매출 감소 영향
3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발표한 실적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9633억원,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12.7% 줄어든 수치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사업이 미주와 일본 등에서 성장세를 보였으나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매출이 감소해 전년 대비 4% 감소한 31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력 자회사는 희비가 갈렸다. 에뛰드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273억원, 영업이익은 204.5% 증가한 4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니스프리와 오설록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이니스프리의 매출액은 6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7억원으로 55.4% 쪼그라들었다. 오설록의 매출은 1.7% 줄어든 195억원, 영업이익은 53.2% 급감한 10억원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도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1조6462억원, 영업이익은 32.4% 줄어든 12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매출액 1조8449억원, 영업이익 1536억원)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줄어든 6702억원, 영업이익은 88.2% 감소한 8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소비 심리 위축 영향 등으로 면세와 중국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해외 전체 매출은 12.9% 감소한 443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시작한 가맹점 사업 구조조정 작업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 등 가맹 사업을 꾸려온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부터 개별 점주들과 접촉해 사업 철수를 위한 작업에 나섰다.
◇중국 현지 브랜드 성장… 설 곳 잃은 K뷰티
리오프닝과 중국 단체 관광 재개 등에도 화장품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이유는 중국 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점이 뼈아팠다. 중국 경기 침체로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프리미엄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폭발적으로 몸집이 커지던 중국 뷰티 시장은 내수 경기둔화로 저속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 화장품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축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소비 증가율이 4.8%에 그쳤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국 현지 브랜드들이 급성장한 점도 작용한다.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 위노나, 프로야 등 현지 브랜드는 기초 화장품 매출 순위 10위권에 들었지만, LG생활건강의 더후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들지 못했다.
◇美·日 시장 확대하고 유커 위한 리브랜딩… 살길 찾을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고객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주요 브랜드 리뉴얼도 거쳤다. LG생활건강은 지난 9월 13년 만에 더후의 대표 라인인 천기단을 리뉴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보다 이른 작년 9월 설화수의 로고와 모델을 바꾸며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다.
더후와 설화수는 한방화장품으로 ‘엄마 화장품’이라 불릴 정도로 주요 소비 연령대가 중년 여성으로 한정됐었다. 그러나 이번 리뉴얼을 통해 이미지를 바꿔 보다 젊은 고객층을 끌어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동남아, 유럽, 중동 등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넓히고 있다. 각종 인수합병(M&A) 카드도 동원했다. LG생활건강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화장품 회사 ‘더 에이본 컴퍼니’와 메이크업 브랜드 ‘크렘샵’,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메이크업 브랜드 ‘힌스’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기초 제품으로 인기가 높은 코스알엑스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 재편도 추진할 것”이라며 “새롭게 설정된 집중 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리브랜딩 성과가 이들 기업의 내년 실적을 결정할 키(Key)라고 보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재무적 성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