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신발 편집숍들이 잇달아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편한 신발을 찾는 캐주얼 문화와 한정판 운동화 수집 열풍으로 운동화 시장이 커졌지만,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성장을 위협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영국 신발 편집숍 JD스포츠는 올해 9월부로 한국 사업을 철수한다.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5년여만이다.

1981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출범한 JD스포츠는 유럽 최대 신발 편집숍으로, 국내 진출 후 줄곧 적자 경영을 지속했다. 2019년 750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584억원으로 줄었다.

201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 신발 편집숍 아트모스도 다음 달 1일부로 압구정점과 명동점을 폐점하고, 온라인 쇼핑몰만 운영하기로 했다. 일본 최대 프리미엄 스니커즈 브랜드로 국내에 상륙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현지에서 ‘한정판 운동화 성지’로 이름을 날리는 신발 편집숍이지만, 국내에선 소비 트렌드 변화와 높은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다. 이들 점포 대부분이 압구정, 명동, 홍대, 강남 등 서울 중심 상권에 대규모로 조성돼 있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오프라인 상권의 유동 인구가 줄자 매출이 꺾였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발 편집숍의 위상은 하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운동화 거래 수요가 브랜드가 운영하는 직영 온라인 쇼핑몰이나 재판매(리셀) 플랫폼 등으로 옮겨가면서, 편집숍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다음 달 1일 영업을 중단하는 아트모스 압구정점 전경. /아트모스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들이 직접 판매(D2C)를 강화한 것도 경쟁력 악화에 한몫했다. 금강제화 계열사 갈라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레스모아는 2019년만 해도 12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나이키가 공급 계약을 종료하면서 2020년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 신발 편집숍 시장 점유율 1위인 ABC마트도 성장세가 둔화했다. 2002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ABC마트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으나, 20년 만인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88%씩 줄었다.

이듬해엔 매출이 9% 증가한 4861억원, 영업이익은 238% 늘어난 152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9년 매출 5459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성적이 부진하다는 평이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도 D2C를 강화하는 추세여서 향후 신발 편집숍의 경쟁력은 더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2025년까지 이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온라인 직영 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국내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한 뉴발란스 역시 1000억원가량 되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발 편집숍의 몰락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엔 4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신발 편집숍 이스트베이가 영업을 종료했다. 2021년에는 미국 최대 신발 편집숍 풋라커가 아트모스와 WSS를 인수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