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의 인기 운동화 530과 같은 디자인의 뉴발란스 키즈 운동화. /뉴발란스 키즈

아동복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나이키, 뉴발란스 등 성인복에서 파생된 브랜드는 성장한 반면, 수십 년간 군림해온 아동복 전문 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모양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나이키 키즈 바이 플레이키즈 프로(이하 나이키 키즈) 1호점을 개점한 한세엠케이(069640)는 첫 달 4억3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기간 2만 명이 넘는 고객이 매장을 찾았다.

이 매장에선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아동복과 운동화 등을 판매한다. 개점일엔 운동화 ‘덩크로우 GS’ 100족을 한정 판매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사람이 몰리며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지어 대기하는 행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응에 힘입어 지난 4일에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아동복 NBA 키즈도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18% 성장하며 순항 중이다.

뉴발란스는 지난해 키즈 상품만 1700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6000억원인 걸 고려하면,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아동복 판매에서 나온 셈이다.

뉴발란스는 2013년 아동복을 처음 출시했다. 그해 200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2018년 1000억원, 지난해 1700억원으로 고성장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나이키 키즈 매장. /한세엠케이

신성통상(005390)의 탑텐 키즈는 지난해 매출이 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2019년만 해도 연 매출이 800억원이었으나, 2020년 1100억원을 찍은 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가성비와 편의성을 앞세운 성인복 탑텐의 인기에 힘입어, 비슷한 콘셉트를 내세운 아동복도 흥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10월 말 기준 264개인 매장 수를 연말까지 280개로 확대해 올해 매출 2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F&F(383220)의 MLB 키즈는 올 3분기 국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5%가량 증가했다. 중국에서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성인복 매장 내 숍인숍으로 입점했으나, 단독 매장을 늘리는 중이다. MLB 키즈 중국 매장은 작년 말 27개에서 올해 3분기 90개로 증가했다.

휠라 키즈도 작년 매출이 22% 늘어난 800억원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작년 수준의 성장세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성인복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귀여운 캐릭터와 화려한 색상으로 ‘아동복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기존의 아동복과 달리 성인복이 지는 콘셉트와 트렌드를 옮겨왔다.

올해 연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는 탑텐 키즈. /탑텐 키즈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나이키를 좋아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 부모들이 나이키 키즈를 찾고 있다”라며 “‘패밀리 룩’을 연출하기 위해 성인 매장에서 먼저 신발을 구매하고 아동 매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찾는 고객들도 많다”라고 했다.

반면, 자연스레 아동복 전문 업체는 쇠퇴하고 있다. 유아동복 전문 기업 해피랜드코퍼레이션은 10여 개에 달했던 유아복 브랜드를 2개로 줄이고, 작년부터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매일유업(267980) 자회사 제로투세븐(159580)은 지난 9월 말 아동복 사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몰을 폐쇄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중저가 아동복 매장 수백 개를 운영해 왔으나,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패션 부문을 중단하고 화장품 사업인 궁중비책과 포장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사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결과다.

지난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업계에선 출생율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급화·세계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시장이 재편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MZ세대 부모들이 프리미엄 아동복을 선호하는 경향도 늘었다. 올해 톰브라운 키즈, 베이비 디올 등이 백화점 단독 매장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