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발란’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그동안 가품·꼼수 할인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발란은 온라인에 한정됐던 채널을 확장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온·오프라인 연계 매장을 선보였다.

정식 개장에 앞서 28일 방문한 ‘발란 커넥티드 스토어’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오피스 상권인 여의도 IFC몰에 자리를 잡았다. 약 150평(500㎡) 규모의 매장은 ‘아웃 오브 오피스(사무실 밖에서의 휴가)’를 주제로 꾸몄다.

여행을 연상하는 파란색으로 내부와 외관을 꾸미고, 공항과 자연 등의 전시물·영상을 통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발란이 여의도에 매장을 낸 이유는 발란 주 이용 고객 나이대와 비슷한 상주인구가 많아서다. 발란 관계자는 “발란의 주 이용 고객인 25~45세 전문직 종사자들이 IFC몰을 중심으로 몰려 있고, 애플·나이키·다이슨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하는 상징적 장소라 이곳에 출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발란 커넥티드 스토어는 앱을 통해서만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하다. 매장에 있는 1500여 개의 상품을 QR코드로 인식하면 가격 정보 및 구매 후기를 살필 수 있고, 앱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다. 앱에서 매장 내 재고를 확인할 수 있고, 온라인 앱 혜택 적용도 가능하다.

발란 커넥티드 스토어의 제품에는 앱과 연동되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이신혜 기자

이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스마트 피팅룸’이다. 총 4개의 피팅룸 중 하나의 피팅룸에 설치된 스마트 미러는 고객이 피팅룸 안에서 화면을 누르면 사이즈 변경 및 직원 호출이 가능하다.

스마트 피팅룸을 신청하는 방법은 원하는 제품의 QR코드를 찍어 피팅 리스트에 담고, 직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고객이 입어 보고자 하는 옷을 직원이 확인하고 피팅룸에 옷을 걸어놓으면, 카카오톡 알림이 고객에게 전송된다.

스마트미러를 이용하면 피팅룸을 나오지 않고 선택한 제품의 사이즈를 변경해 다시 입어볼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와 더불어 셀카 모드·조명 변경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취향을 반영해 스마트 미러 장식 기능도 추가했다.

발란 측은 연내 스마트피팅룸에서 피팅 신청 제품 외 다른 제품 추가, 인공지능(AI) 추천 상품 기능을 스마트 미러에 구현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장 때는 스마트 미러로 사이즈 변경 옵션 및 직원 호출만 가능하다.

앞서 발란은 가품 판정과 꼼수 할인 논란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나이키 신발인 ‘에어조던1 x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 제품이 가품 판정되고, 최근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에서 17% 할인 행사를 홍보했다가 가격을 인상한 후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매장에 전시된 제품 역시 완전히 가품 논란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였다. 이 매장 직원은 “브랜드와 해외 부티크에서 매입하는 직매입 제품들이 많아 가품 판정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가품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가품 판정 시 환불 정책 등을 통해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여행 수요가 줄고 명품 등 사치 소비가 이어지자 발란은 규모를 확장했지만, 여전히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빠른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남았다.

발란의 매출은 2020년 243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적자 폭 증가세는 더 두드러졌다. 2020년 영업손실은 64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6억원을 기록하며 손실 폭이 늘었다. 1년 만에 손실 폭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란이 오프라인 매장을 낸 것은 온라인 쇼핑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경험과 체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쇼핑 공간을 찾으면서다. 국제쇼핑센터위원회(ICSC)에 따르면 온라인 기반 쇼핑 채널이 오프라인 공간에 매장을 열 때마다 웹 트래픽이 평균 37%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앱 무신사가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브랜드 매장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발란은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한 고객 맞춤 큐레이션 서비스, 이용자 정보를 통해 인기 상품 선별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발란은 이번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을 온라인 앱 이용자 쇼핑 데이터를 반영해 선호 브랜드·가격대별로 진열하고 추후 VIP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발란은 매장 가장 안쪽을 고가의 명품 중심 VIP 라운지로 만들고, 온라인 구매 순위를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실시간 인기 상품 큐레이션도 3분기 내 구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