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2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낸 알짜 쇼핑몰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00년 설립된 명품 특화 이커머스 오케이몰이다. 이 회사는 20여 년 간 쌓은 고객 데이터와 100% 직매입을 통해 신제품을 타사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재화 했다.
18일 오케이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27% 증가한 2886억원, 영업이익은 71% 늘어난 214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매출은 16년 연속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년째 흑자를 냈다.
올해 1월부터 7월 14일까지 누적 매출은 1564억원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 40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케이몰은 2000년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 오케이아웃도어닷컴으로 문을 열었고, 2014년 사명을 바꾸고 종합 쇼핑몰로 전환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명품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원하는 명품을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 심리 확산에 힘입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급성장했다.
명품 이커머스 3사로 꼽히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렌의 거래액은 2020년 4000억원 수준에서 작년 1조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 기준 영업적자는 트렌비가 330억원, 발란이 186억원, 머스트잇이 100억원이다.
3사 모두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을 도입하고 있는데, 더 우수한 판매자를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어 핵심 수익원인 수수료를 높이기 어렵다. 동시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 김혜수, 김희애 등 유명 연예인을 TV광고 모델로 쓰고 할인 쿠폰을 발급해 광고 마케팅비 지출도 컸다.
오케이몰은 이 회사들의 정반대의 길을 갔다.
오케이몰은 100% 직매입 구조다. 유럽 부티크(1차 도매상)나 국내 주요 업체들을 통해 명품을 직접 산다. 100% 직매입 하는 사례는 오케이몰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쇼핑몰은 상품 구색을 확대하기 위해 오픈마켓을 한다.
직매입은 물건이 안 팔리면 회사 재고로 쌓이므로 위험 부담이 크다. 오케이몰은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잘 팔릴 만한 소위 베스트 상품 위주로 구입을 하고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빨리 배송한다.
이런 시스템에 만족한 고객들이 재유입되고, 신규 고객도 늘면서 상품 회전율이 빨라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오케이몰에 제품을 판매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할 수 있고 재고 부담이 없으므로 계속 거래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오케이몰 관계자는 “직매입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흑자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오랜 판매 경험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저렴하고 빨리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얻었고 10단계 정품 검수 시스템 등을 통해 가품 유입을 차단하는 등 여러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선전비 지출도 연간 3억원대에 그친다. 명품 커머스 3사가 TV모델 광고료로만 수십억원을 쓴 것과 대조적이다.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한 일회성 할인 쿠폰을 남발하는 대신 실시간 패킹 영상 열람 서비스, 36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 출시 등 충성고객들이 필요로 할 만한 혜택을 집중 제공하는 전략을 쓴다.
통상 명품 이커머스에 여성 고객이 많은 반면, 오케이몰은 남성 고객 비중이 65%에 달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신규 고객은 70%가 남성이다.
여성 고객이 쇼핑몰 여러곳을 꼼꼼하게 둘러보며 그때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남성은 마음에 드는 쇼핑몰이 생기면 한 곳에서 오랜 기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오케이몰이 일관된 사업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 건 창업주인 장성덕 대표가 100% 지분을 가진 지배구조 덕분이다. 장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며 몇 차례 외부 투자 유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