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출시한 염색샴푸 ‘려 더블이펙터 블랙샴푸(이하 려 블랙샴푸)’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탈모 관리 전문 브랜드 려가 새롭게 선보인 염색샴푸로, 탈모 관리와 함께 새치 염색 효과도 볼 수 있는 올인원 제품이다.
독한 염색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머리를 감으면서 염색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소비자들에게 통하면서 선(先) 출시 6일 만에 일부 판매점에서 매진됐다. 사전 체험단 모집엔 하루 만에 1000명이 몰렸을 정도다.
염색샴푸는 편의성으로 인해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성 논란도 거센 상황이다. 일부 브랜드 제품에 들어간 원료를 유럽연합(EU)이 오는 6월부터 사용을 금지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지난 1월 갈변샴푸로 알려진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원료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을 화장품 원료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이 제품이 잠재적인 유전독성과 피부 감작성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에 반발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려 블랙샴푸 개발을 총괄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헤어·바디·덴탈 연구1팀(HBD1랩) 김종협 팀장과 브랜드 마케팅팀 노현진 팀장을 만나 블랙샴푸 출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팀장은 아모레퍼시픽에서 16년째 두피 관리 상품 개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헤어제품 개발을 총괄한다. 노 팀장은 소비재 회사를 거쳐 2011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미장센과 려 등 헤어 제품의 브랜딩을 담당해 왔다.
김 팀장은 “논란이 된 제품이 산화 방식으로 염색한다면, 려 블랙샴푸는 새치를 어둡게 만드는 컬러 코팅 방식을 적용했다”며 “위해 성분은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염색샴푸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노) 스트레스, 환경 변화 등으로 탈모와 새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민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해 머리를 감으면서 두 가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 ‘려 블랙샴푸’는 탈모 개선 기능을 갖춘 려의 제품에 염색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보면 된다. 염색을 하고 싶지만 염모제가 너무 독해서 염색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타깃으로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
어떤 원리로 염색이 되는가.
“(김) 샴푸 과정에서 지속해서 새치 모발을 코팅해 색을 내는 원리다. 흑삼화 인삼, 검은콩, 칡뿌리(갈근) 등이 함유된 블랙토닝(ToningTM) 기술 성분이 모발 표면에 달라붙어 새치를 점점 어둡게 누적 코팅시켜 일시적으로 자연스러운 새치 커버 효과를 준다. 산화제를 사용하는 염색 방식은 모발과 두피가 손상되는 걸 피할 수 없는데, 샴푸 제형이 모발을 코팅해 주는 방식이라 두피 자극이나 손상 없이 염색의 주기를 늘려줄 수 있다.
개인의 모질이나 헤어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주(21회) 정도 사용하면 염색이 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식 출시 전 샴푸와 트리트먼트 제품을 병행해 2주 이상 사용한 품평단 조사에서 99%가 새치 커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모발이 덜 빠진다고 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97%에 달했다.”
최근 염색샴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려 블랙샴푸’도 출시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김) 염색샴푸라는 게 갑자기 등장한 제품은 아니다. 우리보다 트렌드가 빠른 일본의 경우 한때 염색샴푸가 전체 모발 관리 시장의 20%를 차지할 만큼 크게 성장한 적도 있다.
아모레는 1993년 처음 컬러린스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샴푸 제형에 헤어 매니큐어 기술을 넣었는데, 당시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효과가 낮았다. 이후 2017년 미장센 판타지 드림, 2020년 보색샴푸 등으로 성능이 진화했고, 현재의 블랙샴푸가 나오게 됐다.”
“(노) 블랙샴푸 전에 출시한 염색샴푸는 타깃이 달랐다. 새치 고민을 해결하는 목적이 아니라, 원하는 색을 쉽게 바꾸는 멋내기 개념으로 젊은 층을 겨냥해 출시됐다. 그래서 지금처럼 흐응을 얻지는 못했다.
최근 려 블랙샴푸 출시 후 마트에서 블랙샴푸를 쓴 지 이틀 됐다는 어르신을 만났는데, 아모레 사람이라고 하니 너무 반가워하셨다. ‘염색약으로 염색하는 게 힘들었는데 샴푸가 나와서 반가웠다,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말씀하시더라. 보람을 느꼈다.”
개발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김) 개인마다 모발의 특성이 달라 색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분명 갈색으로 만들었는데, 어떤 사람은 파란색으로 나오는 식이었다. 어두운 색소를 넣은 새치 염색 샴푸이다 보니 손이 착색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손이 까매질 정도로 실험을 반복했다. 주변에서 ‘요즘 뭐하고 다니냐, 농장에서 감자 캐고 왔냐’는 말도 들었다. (웃음)
결과적으로 샴푸 제형의 이온을 조절해 색상의 편차와 착색 문제를 해결했다. 손에 굳은살이나 각질이 있는 분들은 블랙샴푸 사용 후 일시적으로 색소가 남을 수도 있지만, 비누로 씻으면 쉽게 지울 수 있다.”
“(노) 려가 탈모 관리 전문 브랜드인데, 사내에서 ‘려 브랜드 담당이 되면 탈모 온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제품 개발이 어렵다는 뜻이다.”
앞서 출시된 특정 염색샴푸의 경우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염색샴푸 제품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김) 논란이 된 제품이 산화 방식으로 염색한다면, 려 블랙샴푸는 새치를 어둡게 만드는 컬러 코팅 방식을 적용했다. 위해 성분은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노) 회사 방침이 원료나 제작 과정 등의 기준을 엄격히 두는 편이다. 오랜 기간 검증된 안정성과 효능을 바탕으로 화장품 안전기준 규정을 준수해 두피 자극과 모발 손상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독일 더마 테스트에서 다섯 가지 피부 저자극 테스트를 통과해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를 획득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염색샴푸가 15종 정도 출시됐는데, 그중 탈모 개선과 염색 기능을 모두 갖춘 브랜드는 려 블랙샴푸가 유일하다. 실제 려가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 중 블랙샴푸가 탈모 개선 기능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모발 관리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김) 모발과 두피의 관여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샴푸, 린스 등 단순 세정제품만 사용했다면, 요즘엔 트리트먼트 팩, 헤어 세럼, 오일 에센스까지 제품이 확대됐다. 또 스트레스 등으로 20대부터 탈모 고민을 하다 보니 두피 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트렌드 주기도 과거 10년에서 5년 주기로 짧아졌다.
최근에는 ‘화해’와 같이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보급되면서 성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후에는 환경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화장품 용기의 성분까지 살피는 소비자가 등장했다. 친환경 원료와 재생 용기를 사용해 화장품을 만드는 ‘클린 뷰티(Clean Beauty)’ 카테고리가 생겼을 정도다.
아모레도 지난 2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에코뷰티스코어 컨소시엄(EcoBeautyScore Consortium) 가입했다. 전 세계 화장품 기업과 전문 협회들이 화장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협의체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김) 고객의 니즈를 세분화해서 이에 맞춘 후속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염색 효과를 높이면서 손 착색을 최소화하는 중간점을 찾는 것도 연구 목표 중 하나다.”
“(노) 려 브랜드의 핵심이 탈모 관리다 보니, 탈모 전문 브랜드로서 포지셔닝을 확고히 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법인을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 향후 글로벌 탈모 전문 브랜드로서 성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작년 기준 아모레퍼시픽 헤어 브랜드 중 려의 매출 비중은 50% 정도를 차지했다. 해외 매출로는 려가 80% 이상의 비중으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