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방문한 태국 단체 관광객들. /이신혜 기자

15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점 10층은 2년 만에 찾은 태국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날 면세점을 찾은 태국 단체 관광객 32명은 가장 먼저 설화수 매장을 찾았다. 현지 가이드는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관광객들이 물어보는 제품을 태국어로 통역하며 금액을 알려줬다.

설화수에서 화장품 세트를 구매한 여성 관광객 니니(NENE)는 "지금 태국의 명절인 송끄란 기간이라 가족들 모두 3차 백신을 맞고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했다"며 "평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설화수 제품을 애용하셔서 세트로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관광객들은 면세점에 한 시간 이상 머무르며 설화수, 정샘물,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등 국내 토종 브랜드 매장을 둘러봤다.

한 태국인 남성은 젠틀몬스터에서 214달러(약 26만원)짜리 선글라스를 껴보고 구매했다. 그는 "케이팝(K-POP) 가수들이 이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걸 보고 여행을 오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젠틀몬스터의 매장 직원 김 모씨는 "코로나 이후 평소 이 시간대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예 없다"면서 "아침 9시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들이 리셀(재판매) 목적으로 대량 구매를 하는데, 사실상 그들이 유일한 수익원이었다"고 했다.

설화수 매장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있는 태국 관광객들. /이신혜 기자

이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해제되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격리조치가 해제된 이달 1∼13일 입국객은 12만6763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8만5262명)보다 48.7% 늘었다.

그동안 다이궁에 의존해 매출을 지켜온 면세업계는 다시 돌아온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14일과 15일 이틀 간 단체 여행 패키지를 구성해 태국 관광객을 불렀다. 향후 싱가포르 관광객들도 면세점을 찾을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월드타워점을 시작으로 태국 단체 관광객 모시기에 나섰다. 4월 말까지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에 총 80여 명의 태국 단체 관광객이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069960)면세점도 12일 싱가포르 단체 관광객이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을 방문하는 등 외국인 손님 유치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2주간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정도 늘었다"고 했다.

신세계면세점에 방문한 태국 단체 관광객들. /이신혜기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면세점 매출은 24조8586억원을 기록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 매출이 15조5052억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7조8334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대부분 다이궁이 올려준 매출이었다. 다이궁들은 면세점으로부터 30%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제품을 사가는 터라 매출이 나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조718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 기간 다이궁 수수료가 속한 지급 수수료가 1조4934억원으로, 1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해 알선 수수료가 1조629억원으로, 전년(3109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업계 일각에선 면세점의 정상화를 위해선 해외 관광객 중 비중이 높은 중국, 일본 관광객이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강도 높은 봉쇄조치가 진행중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코로나 기간 중국 다이궁에 의존해 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해외 여행객, 특히 중국 여행객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실적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