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와 명품 제품 판매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요 수입 명품 업체의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일부 업체 본사는 수천억원의 배당 잔치를 벌였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매출액은 6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1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568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실적이 크게 늘자 이 회사는 배당금 2465억원을 본사에 지급(배당성향 157%)하고, 유상감자 형태로 84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유상감자는 기업이 회사 자본을 줄여 주주들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디올 홍콩법인(67.80%)과 프랑스 본사(32.20%)가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프랑스 본사는 지난해 820억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본사에 보낸 셈이다. 홍콩법인에도 1700억원 가량을 보냈다.

이 회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 137% 증가했던 지난해에도 82억원의 유상감자를 진행한 바 있다. 기부금은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인 1000만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불가리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2722억원으로 전년(1839억원) 대비 약 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 증가한 375억원, 순이익은 22% 증가한 246억원을 기록했다.

불가리코리아가 호실적을 기록한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명품 수요 증가와 함께 수 차례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불가리는 지난해 4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 회사는 인상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명품 업계에 따르면 귀금속 수요가 높아지는 봄·가을 결혼철에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불가리는 이달 1일에도 6개월 만에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1% 인상했다.

불가리코리아는 지난해 이탈리아 본사에 배당금 266억원을 지급했다. 또 로열티와 자문료를 각각 51억원, 17억원 냈다. 불가리코리아는 이탈리아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결혼 반지로 인기가 높은 불가리 ‘비제로원 1밴드 링’ 로즈 골드. /불가리

결혼 반지로 유명한 프랑스 귀금속 업체 쇼메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0% 증가한 58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0억원과 58억원으로 3배, 5배 이상 뛰었다. 이 회사도 지난해 1월 주요 제품의 가격을 2~3% 인상한 바 있다.

한국롤렉스 매출은 2504억원으로 전년 대비 7%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287억원)은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롤렉스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오픈런(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 구매하는 현상)이 많은 편에 속하지만,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공급 물량을 제한한 것이 매출 성장률이 저조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이 회사는 전년과 동일한 250억원의 배당금을 스위스 본사에 지급했다. 기부금은 약 12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발렌티노코리아는 작년 매출액이 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4% 줄어든 27억원을 기록했다. 광고 선전비가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유통업계는 아직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명품 업체들도 지난해 한국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명품 수요가 증가한 데다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올렸기 때문이다.

루이비통과 샤넬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각각 5회, 4회 가격을 올렸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매출액 1조46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0.2%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8.7% 증가한 3018억원을 냈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은 원재료와 제작비 인상,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수시로 가격을 올리지만, 결국엔 증가한 이익을 본사가 챙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