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오, 페리페라, 구달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클리오(237880)의 영업직원이 1년치 화장품 대금인 약 22억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200억원이 안되는 회사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에 주가는 장중 8% 이상 하락했다.

클리오의 대표 브랜드 페리페라의 잉크 벨벳 립 제품 이미지. / 클리오 제공

24일 클리오는 전날 공개한 사업보고서에서 “회사 영업직원 1인의 횡령 사건이 발생해 인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해고 조치 했으며 2월 4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해당 직원의 임차보증금 및 은행 계좌에 대해 가압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내부조사와 외부 회계법인의 포렌식(범죄 수사를 위한 과학적 수단·기술을 총칭) 조사를 거쳐 피해금액을 22억2037만원으로 확정하고 기타비용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기타비용은 2020년도 7억5191만원에서 작년 29억2929만원으로 급증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회계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영업담당자가 거래처에 화장품을 제공하고 물품대금을 받지 않은 것이 파악됐다. 재무팀이 몇차례 독촉했으나 대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자 추궁 끝에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 내부조사 결과 팀장급 영업담당자가 물품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 직원의 횡령과 관련해 손실처리한 매출채권은 11억원 규모이고 나머지는 재고자산과 거래처 피해 보상액”이라며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작년 1년 간에 걸쳐 횡령이 진행됐고 연말에 (횡령) 규모가 컸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횡령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2020년 클리오 연간 영업이익(62억원)의 3분의1에 달한다.

이번 사건은 클리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이겨내고 본격 회복하는 상황에서 발생해 회사에 충격을 줬다.

클리오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12.8% 감소한 2182억원, 영업이익은 66.5% 줄어든 6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 되며 국내 색조 화장품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다.

작년에도 내수는 부진했으나 미국, 중국, 일본으로의 해외 수출이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작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34.7% 늘어난 101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10~2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있는 페리페라의 립 제품이 미국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며 작년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42% 늘었다.

작년 말부터 국내 상장사에선 직원에 의한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의 내부 회계 관리 제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재무팀장 이모씨가 회사 자금 22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작년 말 드러나 올해 1월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횡령으로 108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는데 이는 2020년 말 자기자본 대비 53.1%에 달한다.

계양전기(012200)는 재무팀 김모 대리가 2016년부터 장부를 조작하는 등 수법으로 회사 자금 246억원을 횡령해 온 사실이 지난달 중순 드러나 이달 16일 구속기소됐다. 전날에는 LG유플러스(032640) 팀장급 직원이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잠적해 회사가 조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