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건 세상 만들기–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를 쓴 벨기에 비건 운동가 토바이어스 리나르트는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비건 운동의 목적”이라고 정의했다. ‘비건’은 육류나 계란, 우유 등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최근에는 식습관을 넘어 패션, 뷰티, 여행 등 삶의 전반에서 ‘동물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로 발전했다. 이를 반영한 철학이자 신념인 ‘비거니즘(veganism)’확산과 함께 수요와 소비가 증가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이를 주목하면서 비건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비건 라이프스타일은 시대정신이 되는 ‘공존’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비건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양상과 이유, 미래 전망과 기업이 나아갈 길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 디렉터. /러쉬코리아

서울 강남 거리를 걷다 보면 은은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고체 입욕제 등으로 한국 소비자에게도 친숙한 영국 뷰티 브랜드 ‘러쉬(Lush)’ 매장의 향기다. 러쉬는 ‘동물과 자연,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브랜드 비전으로 두고, 1995년 출범 초기부터 △환경 보호 △동물실험 반대 △과대 포장 반대 등 자체 윤리 정책을 실천해왔다. 러쉬가 비건 뷰티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이유다.

‘이코노미조선’이 2월 21일 서울 서초동 러쉬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 디렉터(Ethics Director·윤리 담당자)는 러쉬의 브랜드 신념과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실질적 변화를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기획해왔다.

박 디렉터는 “러쉬는 ‘100% 비건’ 뷰티를 목표로, 세상을 좀 더 ‘러쉬스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틱스 디렉터’라는 직책이 생소하다.

”이 직책을 맡은 건 2018년부터다. 러쉬는 브랜드 신념이 확고한 기업이다. 이런 신념을 윤리 정책으로 구체화해 브랜드 근간을 세웠다. 에틱스 디렉터는 대내적으로 이런 정책이 브랜드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대외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와 신념을 반영한 캠페인을 기획·운영해 러쉬를 알리고 나아가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

어떤 캠페인을 진행했나.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를 넘어 삶의 전반에서 동물에 대한 착취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과 관련한 주요 캠페인으로는 ‘비거뉴어리’가 있다. 비거뉴어리는 1월을 의미하는 단어(January)와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비건(Vegan)을 합친 단어로, 2014년 설립된 영국 비영리 단체의 이름이자 글로벌 캠페인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 한 달 동안 육식을 끊고 채식하기, 모피나 가죽 제품 사용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올해 러쉬코리아는 전국의 비건 식당, 카페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 매장을 이용하면 러쉬 비건 제품을 선물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서명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2020년 12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다. 동물실험을 대신 할 과학적 방법을 개발하고 대체시험법을 보급,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촉진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러쉬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 /러쉬코리아

현재 러쉬의 모든 제품이 ‘비건 뷰티’인가.

”지금은 100%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을 위한 단계지만, 최종 목표는 100% 비건이다. 제품 성분부터 포장까지 모든 단계에서 비건을 적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2019년에는 제품에 달걀을 사용하지 않는 ‘에그 프리(Egg Free)’를 선언했다. 2018년 85%였던 러쉬의 비건 제품 비중은 2022년 현재 95%까지 증가했다.”

비거니즘이 뜬 이유는 뭘까. 전망은.

”비거니즘의 핵심은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種)으로서 다른 종을 해하는 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 오염, 동물 복지, 식량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는 ‘공존’과 ‘상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또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 속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부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 바탕이 됐다. 2021년까지는 비거니즘이 안정화한 시기였다면, 올해는 본격 확장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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