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건 세상 만들기–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를 쓴 벨기에 비건 운동가 토바이어스 리나르트는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비건 운동의 목적”이라고 정의했다. ‘비건’은 육류나 계란, 우유 등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최근에는 식습관을 넘어 패션, 뷰티, 여행 등 삶의 전반에서 ‘동물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로 발전했다. 이를 반영한 철학이자 신념인 ‘비거니즘(veganism)’확산과 함께 수요와 소비가 증가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이를 주목하면서 비건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비건 라이프스타일은 시대정신이 되는 ‘공존’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비건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양상과 이유, 미래 전망과 기업이 나아갈 길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니콜라스 바르지 세이브더덕 최고경영자(CEO). /세이브더덕

“지속 가능성이란 환경과 모든 생명체를 배려하고 투명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 천연자원을 좀 더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이다.” 니콜라스 바르지(Nicolas Bargi) 세이브더덕(Save The Duck)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회사의 핵심 가치인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비건 패션’은 살아있는 동물의 털을 뽑거나 가죽을 벗겨내 옷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은 모피, 울 등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을 내세우고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 지미추, 톰포드 등은 2016년 모피 사용을 중단했고,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는 2018년 9월 쇼부터 모피 소재 옷을 금지했다.

바르지 CEO가 2012년 설립한 이탈리아 패션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은 ‘지속 가능 패션’에 앞장선 기업이다. 이 회사는 100% 애니멀 프리(animal-free·동물성 원료 배제)를 실천하고 있다. ‘오리를 살린다’는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모든 제품에 동물 유래 소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동물 학대나 착취가 없는)와 재활용 원료 활용 등을 통한 지속 가능성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다. 통상 패딩 제품에 활용하는 오리털이나 거위털 충전재를 배제하고, 자체 개발한 신소재 충전재를 넣는 식이다. 국내에는 2020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 중이다.

바르지 CEO는 3대째 의류 사업을 이어온 패션가(家) 출신이다. 그는 영업, 리서치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세이브더덕을 창업했다. 바르지 CEO는 이 경험에 대해 “창업의 근간이 된 아이디어와 경영 능력, 정교한 브랜드 포지셔닝과 유통 전략, 소비자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성은 이미 패션을 비롯한 일상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꾸준히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이브더덕 패딩. /세이브더덕

‘애니멀 프리’를 아이템으로 창업한 계기는.

”1914년 조부(祖父)가 창업한 ‘포레스트(Forest)’라는 브랜드로 시작해 3대째 의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2012년 동물, 환경, 사람에 대한 존중을 가치로 세이브더덕을 세웠다. 패션 산업 내에서 ‘애니멀 프리’에 도전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의식 있는 소비자를 위해서였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10년간 패딩 재킷 500만 벌을 판매했고 이를 통해 2000만 마리 이상의 오리를 살렸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9년엔 ‘B코퍼레이션(B-Corpora tion·비콥)’ 인증을 받았다.” 비콥은 미국 비영리단체 ‘B랩(B-LAB)’이 친환경, 투명성 등 가치를 경영 전반에 잘 반영한 사회적기업에 부여하는 인증 마크로, 2007년에 시작됐다. 온라인 설문,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지배 구조, 임직원, 고객, 지역사회와 연계, 환경 등 5가지 분야에서 180개 질문에 답한 후, 80점(200점 만점) 이상이면 통과다.

주요 제품에 어떤 기술을 활용했나.

”우리의 모든 상품은 오리털, 거위털과 같은 동물의 깃털이나 모피는 물론 어떤 동물성 소재도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을 실현할 진보된 기술력을 추구한다. 또 자연분해, 혹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고 그 과정을 관리하는 일 등을 포함한다. 물론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리를 포함한 동물들이 잔인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실제로 세이브더덕 패딩 제품은 오리털이나 거위털 대신 브랜드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소재 ‘플룸테크’를 주요 충전재로 사용한다. 플룸테크는 폴리에스테르 필라멘트를 가공한 소재로 보온성과 통기성이 좋고 가볍다. 보온성을 따지는 기준 중 하나인 ‘필파워(FP)’가 약 500~550으로 다운(조류의 털)의 평균 성능과 흡사하다. 재활용 페트병에서 나오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리사이클드 플룸테크도 활용한다.”

어떤 사람들이 주로 소비하나.

”소비자의 기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속 가능성은 패션을 포함한 일상의 중심이 됐고, 사람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됐다. 세이브더덕 고객은 이런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고 연령대는 매우 다양하다.”

1 세이브더덕 로고(맨 위)와 기업 가치 ‘애니멀프리’를 표현한 도식표. 2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고 ‘플룸테크’를 활용한 세이브더덕 패딩. 3 세이브더덕 자체 개발 신소재 ‘플룸테크’. /세이브더덕

핵심 가치가 ‘지속 가능성’이라고 했다.

”지속 가능성은 세이브더덕에 너무 당연한 일상이다. 우리의 모든 활동 내역과 그 결과를 담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해 주주들에게 공개한다. 우리의 목표, 즉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며 포용과 존중으로 인류가 가진 권리를 향상하는 것은 회사를 움직이는 추진력이다. 우리 상품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가치와 스토리는 브랜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하는 바탕이 됐다.”

그런 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렇다. 지난 몇 년간 패션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기업과 이해 당사자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왔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조 공정, 유통망, 인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고 이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비콥 인증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3년 전 2019년 비콥 인증 기업은 3000여 개였지만 현재는 4500개가 넘는다. 세이브더덕도 이런 흐름에 따라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100% 리사이클링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도 이런 기류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세이브더덕의 글로벌 입지는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현재 세이브더덕의 상품은 40개 이상의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2021년 해외 매출이 60%에 달하고 이 중 20%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개국에서 발생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성은 우리 모두가 꾸준히 걸어가야 할 길이다. 단순히 트렌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세이브더덕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지속 가능 의류만을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였고 꽤 오랫동안 그 포지션을 유지했다. 아쉽게도 패션 업계는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늦게 깨달은 편이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모든 과정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필요로 한다.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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