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NAVER(035420))의 스니커즈 전문 리셀(resell·한정판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 플랫폼 크림이 시장 거래액 대부분을 휩쓸며 독주하고 있다. 크림은 올해 물류·검수센터를 추가로 확보하며 무신사 솔드아웃, 스탁엑스 등 후발주자와 격차 벌리기에 나서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크림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 당산에 1400평(4727㎡) 규모의 사무실을 5년 간 새로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임차비용은 보증금과 월세를 합해 90억원이다. 크림 자산총액의 81%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크림 측 관계자는 “거래량 증가로 현재 성수동에 있는 물류·검수센터 2개에 이어 제3물류센터를 준비중”이라며 “스니커즈와 기타 상품(의류 및 잡화) 물류·검수센터를 분리하는 등 배송 과정을 체계화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림은 2020년 네이버가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출범한 리셀 플랫폼이다. 고가의 한정판 스니커즈의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한다. 당근마켓, 중고나라에 비해 제품의 평균 거래단가가 높기 때문에 중간에서 제품을 검수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크림이 이를 대신해준다.
해외 업체들은 판매·검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반면 크림은 출범 이후 ‘수수료 제로(0)’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 2년 만에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사업자가 됐다. 작년 12월 거래액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연간 거래액은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유통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가 5000~6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중 대부분을 크림이 차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컸고 판매수수료 뿐 아니라 배송비까지 무료로 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모여들었다.
모바일 빅데이터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크림의 안드로이드 앱 사용자 수는 10만 명으로 경쟁사인 무신사 솔드아웃(1만6000명)을 앞섰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조(兆) 단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명 브랜드의 고가 스니커즈를 소유하기보다는 경험하길 바라는 10~20대가 늘면서 전세계적으로 리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19년 20억달러(2조4000억원)에서 2025년 60억달러(7조2000억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발주자이자 2위인 무신사 솔드아웃의 성장세도 빠르다. 이 회사의 작년 하반기 거래액은 상반기 대비 2.2배 늘었다. 무신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성수동에 검수센터를 두고 있는데 거래량이 늘어 올해 상반기에 서울 시내에 추가 검수센터를 문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은 과제로 남는다. 크림과 솔드아웃 모두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외형 성장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크림은 작년 11월까지 배송비 무료 정책을 유지하다가 12월부터 폐지했다. 판매·검수 수수료도 현재는 없지만 향후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부과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작년 국내에 진출한 세계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가 8~10%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