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이 화장품 용기에 있는 ‘막대 그래프’ 성분 표기법을 따라했다며 토니모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토니모리가 이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표기법이라고 맞섰으나 재판부는 막대 그래프 표기법이 회사측이 브랜드에 투자해 얻어낸 ‘성과’라며 LG생활건강 손을 들어줬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3-3부(재판장 이진화)는 LG생활건강이 토니모리를 상대로 낸 부정 경쟁 행위 금지 청구 소송에서 지난 20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아울러 토니모리에게 LG생활건강을 상대로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 용기에 유효 성분 등을 막대 그래프처럼 표기하는데 토니모리가 이를 따라했다며 2019년 9월 소송을 냈다.
LG생활건강은 법무법인 광장을, 토니모리는 법무법인 화우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재판에 대응했다.
재판의 쟁점은 화장품 용기 성분 표기법이 비슷한 것이 부정 경쟁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0년 ‘believe(믿음)’에서 이름을 따온 화장품 빌리프를 출시했다.
150년 된 영국 허브 브랜드 네이피어의 제조법을 기반으로 원료·안전성 등에서 소비자에게 믿음을 준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천연 유효 성분의 첨가량 등을 용기 앞면에 막대 그래프 모양으로 정확하게 표기했다.
LG생활건강은 이후 토니모리가 빌리프처럼 용기에 유효 성분을 막대 모양으로 표기했다고 주장했다. 토니모리는 막대 모양은 이전부터 있던 표기법이라고 반박했다. LG생활건강 고유의 성과가 아니며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고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정 경쟁 방지법(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2조는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는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 용기·포장 등과 동일·유사한 상품을 판매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며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도 같은 조항에서 금지한다.
재판부는 막대 그래프 모양의 화장품 성분 표기법이 LG생활건강이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성과라고 봤다.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빌리프 브랜드의 노력과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토니모리 측은 “향후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