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홍대타운점에 위치한 향수존(perfume zone). /올리브영 제공

지난 30일 오후 5시쯤 서울 마포구 올리브영 홍대타운점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 판매대에는 제품의 향을 맡는 2030 젊은층이 8명가량 있었다. 50㎖ 향수가 최소 10만원대에서부터 시작하는 ‘딥디크, 바이레도, 프라다’ 등의 향수 판매대에는 인기 제품들이 품절됐다는 ‘SOLD OUT’ 표시가 부착되어있었다. 석고 형태로 된 향수 샘플을 시향하던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가격은 좀 나가더라도 요즘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 향 맡을 일이 없는데 고급스러운 향을 뿌려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3분기 향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7% 늘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러쉬코리아의 ‘퍼퓸(향기 제품)’ 카테고리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이 38% 증가했다. 올리브영은 온라인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올해 3분기 향수 매출이 87% 늘었다. 올리브영은 니치향수를 많이 찾는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겨냥해 ‘세르주루텐’과 ‘로이비’, ‘메모’, ‘조러브스’등 10만원대 고급 향수를 온라인몰에 들여오고 있다.

코로나 이후 향에 대해 관심이 늘었다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직장인 이우준(28)씨는 “코로나 이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오히려 향이 있는 인테리어·향수 제품을 많이 사게 됐다”며 “서촌 등에 위치한 그랑핸즈 등 향기 제품 전문 매장에서 자주 구매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이다원(27)씨는 “코로나 이후 핸드크림이나 향수 같은 것에 더 관심이 생긴 것 같다”며 “예전처럼 밖에 잘 나가지 못하니 실내에서라도 좋은 향기를 맡으며 있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문병연씨가 평소 향멍을 위해 자주 찾는 인센스 스틱. /독자 제공

MZ세대가 향기에 빠진 이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자리 잡은 ‘집콕’ 문화가 형성된 점도 있다. 직장인 문병연(30)씨는 최근 ‘나그참파’라는 인센스를 구매했다. 문씨는 “집에서 여러 가지 향을 바꿔쓰며 환기할 수 있고 집에 있는 시간 동안 ‘향멍(향 맡으며 멍때리기)’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향기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선글라스 판매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는 4년 전 향기 제품 전문 브랜드인 ‘탬버린즈’를 출시해 판매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탬버린즈는 핸드크림, 손 소독제, 바디워시 등 향기 관련 제품을 파는 브랜드다. 신사 스토어와 도산 스토어를 포함해 하남·명동·청담 등 수도권 4곳에서 향기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서점 브랜드인 교보문고 역시 자체적으로 ‘THE SCENT OF PAGE’라는 서점 향 컨셉 디퓨저와 룸스프레이를 만들어 판매 중이다.

지난달 29일 오픈한 AK플라자 광명점은 시그니처 향을 그린 계열의 ‘모닝 스플래시’로 명명하고 곳곳에 향을 입혔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오렌지·플로럴·머스크향으로 쇼핑 공간을 숲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후각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만족을 위해 10만원이 넘는 향기 제품도 자주 구입한다”며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향수 제품의 인기가 많아 유통업계가 MZ세대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