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빅2′인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이 해외 사업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해외 매출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최근 애국 소비를 권장하는 ‘궈차오(國潮)’ 바람이 불면서 K뷰티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네시아를, LG생활건강은 미국을 각각 새로운 사업 영토로 정하고 나섰다.

1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는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쇼핑몰 인다몰(Indah Mal) 내 건강기능식·화장품(H&B) 전문점인 ‘부츠’에 정식 입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네시아 현지 최대 유통 회사 MAP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MAP그룹이 운영하는 MAP 온라인몰에서도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 등 에뛰드의 120여가지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왼쪽)와 이니스프리 CI. / 아모레퍼시픽 제공

MAP그룹은 부츠, 갤러리 라파예트, 세포라 등 글로벌 유통 채널과 스타벅스,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 현지 운영권을 보유한 인도네시아 내 대형 유통 회사다. 인도네시아 70여개 도시에서 2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향후 MAP그룹이 운영하는 H&B 가두점(로드숍)은 물론 백화점 채널을 통해 고급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중국 내 에뛰드 매장을 모두 철수한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이후의 시장으로 인도네시아를 정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현지 중저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며 610개 매장을 갖췄던 에뛰드는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의 성장에 밀려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역시 3분기에 60개 매장이 폐점했고, 올해 총 190개 매장을 닫을 예정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7월 ‘한류’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서 호황을 누릴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국내 중저가 화장품 인기는 떨어졌고, 이니스프리나 에뛰드를 주력으로 중국에서 해외 매출의 70%를 올렸던 아모레퍼시픽은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로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4위 인구 규모인 인도네시아의 화장품 시장은 2023년 약 11조45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 아모레퍼시픽 해외 사업 매출은 3841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2%, 56.6% 감소했다.

화장품 ‘피지오겔’ 제품. / LG생활건강 제공

중국 시장이 해외 시장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LG생활건강은 북미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과 ‘피지오겔’의 북미 사업권을 잇따라 인수했는데, 최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 비중은 지난 2019년 3.6%에서 지난해 6.8%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미주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2% 넘는 성장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성장률이 15%대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은 뉴에이본의 사명을 ‘더 에이본 컴퍼니’로 바꾸고 초고가 향수 제품도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해외 시장 영토 확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최근 각각 일본과 인도 등으로 진출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시장에서의 위기는 중저가 화장품 경쟁력 저하가 작용했다”면서 “다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해당 시장에서 통할만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