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하나에 40만원, 트레이닝복 상·하의 세트와 운동화는 100만원.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유아동복 제품군을 통칭하는 ‘베이비디올’의 주요 제품 가격이다. 현재는 해외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텀시티점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롯데, 신세계(004170)가 백화점에 아동 명품 매장을 확충하고 있다. 아동 명품은 남녀 불문하고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아이 한명만 낳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조부모와 부모의 형제자매, 지인들이 고가의 특별한 선물을 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과 센텀시티에 베이비디올 매장을 입점시키기로 하고 시기를 조율중이다. 베이비디올 단독 매장은 국내 최초로 내년 2~3월이 유력하다. 강남점의 경우 ▲몽클레르앙팡 ▲겐조 키즈 ▲버버리 칠드런 ▲분주니어(신세계의 아동 명품 편집매장) ▲랄프로렌 칠드런 등이 입점한 10층에 매장이 생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20일 경기도 화성시에 문을 연 동탄점에 아동 명품 편집매장 퀴이퀴이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11일 잠실점에 문을 열었고 명동 본점에 추가로 매장을 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퀴이퀴이는 2030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신흥 명품 브랜드인 오프화이트, 메종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의 아동 의류·잡화를 판다.
퀴이퀴이는 국내에만 있는 편집매장이다. 영화배우로 활동중인 양진성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블루마블이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과거엔 브랜드 로고가 크고 정체성이 뚜렷한 전통 명품 브랜드가 인기였지만 최근엔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스톤아일랜드 등 톡톡 튀고 신선한 브랜드의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롯데·신세계·현대의 올해 1~8월 유아동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0% 증가했다.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머스트잇은 올해 3~5월 키즈 카테고리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머스트잇은 “올해 등교·등원이 재개되고 야외 활동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만족도가 높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세대가 부모가 된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취학 아동의 부모는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풍요로운 경제여건에서 자라 유명 브랜드를 소비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도 명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중간 가격대의 유명 브랜드를 흔하게 접하던 세대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가격의 고가 브랜드 혹은 명품을 자녀에게 사주는 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에선 웨이보나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SNS)에 자신과 자녀의 시밀러룩(비슷한 디자인이나 스타일로 맞춰 입는 의상)을 찍어 올리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부모들이 늘면서 아동복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명품 수요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컨설팅사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중국의 아동 의류 시장은 2017년 2328억위안(42조원)에서 2019년 2939억위안(53조원)으로 성장했고 2022년에는 4000억위안(7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