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글로벌 명품시장이 1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명품시장은 올 들어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성장을 만끽하는 것은 아니다. 이코노미조선은 성장하는 명품 브랜드를 관통하는 4대 트렌드로 아시아, 디지털,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리세일(재판매)을 꼽았다. ‘뉴럭셔리 소비 시대’ 트렌드에 올라탈 수 없다면, 지속가능한 명품 브랜드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편집자주]

“명품산업 내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명품업체는 기존과 다른 사고를 해야 한다. Z 세대(1997~2010년생)와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 명품 브랜드의 절반은 10년 후 사라질 것이다.” (다니엘 랭거 에퀴테 창업자)

“디지털화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우주여행 등과 같이 인간의 다음 개척지에 집중해 미래 가치를 약속하는 브랜드가 번창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토마이 세르다리 뉴욕대 교수)

왼쪽부터 다니엘 랭거 에퀴테 창업자 겸 CEO, 토마이 세르다리 뉴욕대 스턴경영대 명품 마케팅·브랜드학과 교수. 에퀴테·뉴욕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명품 시장이 올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명품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 에퀴테(Équité)의 다니엘 랭거(Daniel Langer) 최고경영자(CEO)와 토마이 세르다리(Thomai Serdari) 뉴욕대 스턴경영대 명품 마케팅·브랜드학과 교수를 8월 2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랭거 CEO는 미국 시장 조사 업체 ‘넷베이스 퀴드(NetBase Quid)’가 선정한 2021년 명품 부문 영향력 있는 인물 5명 중 한 명에 올랐다. 세르다리 교수가 재직 중인 스턴경영대는 글로벌 10대 명품 전공 MBA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고, 그가 겸임교수로 있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세계 3대 디자인 스쿨이다.

랭거 CEO는 명품 소비 주력군의 변화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Z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를 뒤이어 2030년부터는 최대 고객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명품 브랜드가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조차 맞이할 준비가 안 됐다”고 진단했다.

세르다리 교수는 명품 시장에 온라인 열풍이 분다고 디지털 채널 구축에만 신경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온·오프라인 채널 경계를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이나 서비스가 중요한 게 아니다”는 것이다. “명품은 미래 가치를 약속해야 한다”는 그는 명품 리세일(재판매) 열풍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가 명품 시장에 미친 영향은

랭거 “팬데믹은 명품 시장의 변화에 속도를 불어넣었다. 서양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시장 담당 법인에 (마케팅 프로모션 등) 운용상의 자율성을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에 제한이 생기면서 명품 브랜드는 각 지역에 맞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총괄 디자이너가 아이돌 엑소의 카이(Kai) 이름을 내건 카이 × 구찌 100주년 캡슐 컬렉션(슈즈 액세서리 등)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각 브랜드는 디지털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팬데믹 기간 성공한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르다리 “초고가 명품 브랜드는 호황기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혼란기에도 좋은 재무적 성과를 낸다. 이 점이 대중 브랜드, 일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와 다르다. 다만,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을 중단시킨 타격이 컸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고급 직물, 원료 유통에 차질이 생겼다. 숙련공은 봉쇄조치로 이동이 제한됐다. 결국 공급망 문제는 가격인상으로 이어졌다.”

팬데믹 상황에서 성장한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랭거 “최고의 명품 브랜드는 고객에게 자극, 영감, 기쁨을 선사한다. 루이비통 컬렉션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과감했고, 상품군을 스피커 등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디올과 나이키 에어 조던이 손잡고 선보인 ‘에어 디올 컬렉션’은 럭셔리함의 걸작이었다. 특히 ‘에어 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은 8000개 한정판으로 판매됐는데, 500만 명이 몰렸다. 2200달러(약 263만원)에 팔린 이 제품은 현재 중고 시장에서 1만달러(약 1196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상위 10대 명품 브랜드는 팬데믹 상황에서 홍보에 치중하기보다 고객 경험에 집중했다. 반면 위기 상황에서 할인행사를 통해 안정을 택한 브랜드는 가치가 파괴됐다. 소비자는 싼 브랜드보다 자신이 유혹당할 브랜드를 선호한다.”

세르다리 “명품 시장을 피라미드 구조로 본다면, 위기상황에서 회복력이 좋을수록 꼭대기에 위치한다. 명품 브랜드가 회복력이 좋다는 것은 사람들의 상상력은 물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말한다. 회복 탄력성은 옴니채널 전략이나, 어떤 서비스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다. 현대 문화의 가장 흥미롭고, 창의적인 면을 대변하는 뛰어난 신소재, 전문성이 적용된 결과물이다. 전 세계 Z 세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구찌다. 구찌는 현대 문화와 시대의 사고방식을 시각적인 언어로 잘 표현함과 동시에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세계를 기술적으로 혼합하는 능력을 지녔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주력하는 부분은

랭거 “창의력, 탁월한 장인정신, 한정판 출시, 디지털, 지속가능성,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다. 중요한 건 디지털을 단순히 판매 채널로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소비자 구매 결정의 95%는 소비자가 디지털 여행을 하는 동안 이뤄진다. 디지털 세상에서 승부를 보지 않은 브랜드는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된다. 디지털 성공의 관건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이지만 명품 브랜드의 90%는 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최연소 명품 고객인 Z 세대를 중심으로 구매 결정 요소에 ‘지속가능성’이 고려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Z 세대는 브랜드의 선한 의도와 이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명품은 수년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뒤처졌다. 구찌는 지속가능성 있는 소재 발굴에 박차를 가하며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속가능혁신센터를 세우기로 했고, 에르메스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죽 소재의 가방을 선보였다. 지속가능성은 혁신에 큰 영감을 주는 동시에 브랜드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큰 기회도 제공한다.”

세르다리 “많은 사람이 명품과 유산(heri-tage)의 차이를 구분 못 한다. 명품 브랜드가 성공한 것은 단순히 그들이 장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혁신 능력’ 때문이다. 명품은 미래의 가치를 약속해야 한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우주여행 등과 같이 인간의 다음 개척지에 집중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명품 리세일 시장도 커지고 있다

랭거 “Z 세대를 중심으로 중고명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중고명품은 특정 순간을 상징하며, 무엇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빈티지 명품이 새 제품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 투자와 재미 형태로 명품을 사 모으는 것도 명품 시장의 새로운 양상이다.”

세르다리 “에르메스나 샤넬은 아름답고, 잘 만들어진, 문화적으로 탐나는 제품을 한정 수량만 만든다. 두 브랜드 제품은 명품 리세일 시장에서 가격이 크게 올라가기도 한다. 명품 리세일 시장의 성장은 젊은이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순환경제를 선호하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명품 브랜드는 리세일 시장을 별개 시장이 아닌 다른 유통 경로로 볼 필요가 있다. 명품 브랜드는 제품 판매, 인증, 리세일 사업을 아우르면서 구매력은 다르지만 브랜드에 동등한 동경심을 가진 다양한 소비자를 충족시킬 수 있다. 명품 브랜드는 리세일 시장에 투자하거나 해당 업체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명품이 창의성과 아방가르드(기성을 부정하고 혁신을 주장하는 예술 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진화해 나갈 때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닌 상품으로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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