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맞수 기업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이 올 상반기 함께 회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하반기에는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설화수 매향기획 3종 세트.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5% 증가했다고 28일 공시했다. 매출은 1조3034억원으로 10.4% 증가했고, 순이익은 1428억원으로 2680.2% 늘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2분기 영업이익이 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767억원으로 11.5%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78.1% 증가한 2675억원, 매출은 11.1% 늘어난 2조4294억원을 기록했다.

헤어·바디용품 등을 제외한 아모레퍼시픽 그룹 전체 2분기 화장품 매출은 1조2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LG생활건강의 2분기 화장품 매출보다 1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분기에 되찾은 화장품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회사 측은 온라인 쇼핑 수요와 중국 등 해외 매출 증가가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설명했다.

지난 22일 실적을 공개한 LG생활건강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2분기 매출액은 2조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358억원으로 11% 늘어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7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고, 매출액은 4조5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늘어 사상 최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럭셔리 브랜드와 중국 시장 수요가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화장품 사업의 상반기 매출은 2조27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733억원으로 18.4% 늘었다. 또 ’618 쇼핑 축제'에서 ‘후’를 비롯한 LG생활건강의 6개 화장품 브랜드 매출액(티몰 기준)은 5억800만위안(약 8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 증가했다.

LG생활건강 후 '천기단 화현 세트'. /LG생활건강 제공

양사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전망이 많다. 이달 초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DB금융투자 등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LG생활건강도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중국 전체 매출은 한 자릿수 중반 성장에 그쳤다.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장 철수 등으로 해당 브랜드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달 열린 중국 쇼핑 행사 ‘6·18 쇼핑 축제’에서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 설화수 매출은 지난해 대비 30% 증가에 그쳤다. 성장세는 이어갔지만 경쟁 브랜드인 LG생활건강의 후(70% 증가)의 성과와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설화수의 중국 내 수요는 견조하지만, 중국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의 경쟁이 심화하고 세대 교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니스프리의 부진과 전체 중국 매출 성장 둔화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성장세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분기 LG생활건강의 중국 전체 매출(화장품·생활용품 합산)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 ‘후’ 매출액은 17% 증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성장을 밑돈 수준”이라며 “이는 중국 현지 시장 경쟁 심화와 라이브커머스 활용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중저가 브랜드들의 적자폭 확대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도 부정적인 요소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 화장품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896명 늘어난 누적 19만3427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일일 확진자가 531명 늘어난 수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호실적은 보복 소비에 기인했지만, 이런 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국제 운항 재개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라고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이 중국 지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류가 지체되고 있다”며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의 경우 알루미늄 등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캔 공장 화재 등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