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에서 골프장 이색메뉴로 출시한 '안전빵'. /신세계푸드 제공
아워홈에서 골프장 특화 메뉴로 선보인 '벙커전'. /아워홈 제공
시금치를 갈아 올린 감자전에 족발무침, 순대 등을 곁들임 메뉴로 제공하는 '온그린 한상세트'. /CJ프레시웨이 제공
“안전빵 먹고 안전빵으로 치세요!”
“벙커전 먹었으니 벙커 앞에 볼이 서겠죠.”

요새 골프업계에선 ‘인싸’(외향적인 사람을 표현하는 은어) 골퍼를 겨냥한 이색 간식이 화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웃도어 활동으로 골프에 입문하는 MZ세대 ‘골린이’(골프+어린이, 골프 입문자를 이르는 말)가 늘면서 골프업계에도 재미를 쫓는 ‘펀슈머 마케팅’이 활발해졌습니다.

안전빵과 벙커전이 대표적인 메뉴입니다. 안전빵은 신세계푸드(031440)가 지난 3월 골프장 전용 먹거리로 출시한 제품입니다. 호두과자처럼 생긴 빵에 ‘골프장에서 가장 안전한 빵은 안전빵’이라는 스토리를 붙였습니다.

골프 중 발생하는 아웃오브바운즈(OB), 해저드 등이 없는 게임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넣은 것이죠. 재계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이자 골프매니아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골프치며 배고프거나 당 떨어질땐 안전빵”이란 문구와 함께 안전빵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경기 여주 자유CC에서 안전빵 판매를 시작한 뒤, 최근 버드우드·페럼·양산동원로얄 등 8개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판매처를 확대했습니다. 조만간 자신들이 위탁 관리하고 있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15곳에서 모두 판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벙커전은 최근 아워홈이 선보인 골프장 이색 메뉴입니다. 골프공이 벙커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에 떨어졌을 경우를 말하는 ‘벙커전’에서 이름을 따와 해물파전의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아워홈은 벙커전과 함께 ‘콩카페 코코넛 소프트아이스크림’도 출시했는데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골퍼들이 베트남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베트남 카페 업체 ‘콩카페’와 협업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CJ프레시웨이(051500)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클럽하우스에서 ‘온그린 한상세트’를 판매 중입니다. 감자전에 시금치를 갈아 올려 골프장의 그린을 형상화한 메뉴입니다. 곁들임으로 순대와 족발무침도 함께 제공합니다.

골프존카운티는 삼성웰스토리와 협력해 패밀리레스토랑 형태의 F&B 매장 ‘호시그린(好時Green-맛있는 골프타임)’을 이달 중 선보일 예정입니다. 골프업체가 외식브랜드를 만든 것은 호시그린이 처음입니다.

이처럼 골프업계에 이색 메뉴 바람이 불고, 외식 브랜드까지 새롭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급식기업들이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숨은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죠.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최근 골프에 입문한 젊은 골퍼들을 겨냥한 이색 메뉴 출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골프장 위탁 관리를 고려하고 있는 골프장주들에게 흥미를 준다는 점에서 입찰전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CC의 클럽하우스 전경. /CJ그룹 제공

◇ 급식 대비 높은 마진율 ‘알짜 사업’…삼성·CJ는 전담 조직까지 운영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권 경쟁은 치열합니다. 삼성웰스토리 와 CJ프레시웨이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아워홈과 신세계푸드 등 후발 주자들도 적극 영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 사업의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급식기업들이 탐낼만한 규모죠. 최근엔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운영 업체 1위 자리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당초 CJ프레시웨이(051500)가 34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삼성웰스토리가 올 상반기 골프존카운티에서 운영하는 퍼블릭 골프장 9곳의 클럽하우스 운영권을 따내며 총 39개로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12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운영하던 아워홈은 올 상반기 6곳을 추가해 총 18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위탁 운영 중입니다. 신세계푸드는 신세계건설이 운영하는 자유CC 등 총 15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위탁받아 관리중입니다.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CJ프레시웨이입니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업계 최초로 골프장 특화 사업부인 ‘레저사업부’를 조직했습니다. CJ그룹은 PGA 투어 대회 ‘CJ컵’을 개최할 정도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기업으로 꼽히죠.

삼성웰스토리도 골프장 전담 부서를 조직하고 추격에 나섰습니다. 2017년 골프장 영업·운영 전담 조직을 출범한 삼성웰스토리는 식음료 서비스를 넘어 골프장 잔디 관리, 수목·조경 관리, 직원 교육 프로그램 등 종합 솔루션까지 제공할 정도로 사업을 키웠습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서비스 직원과 고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제공

급식 기업들의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은 비용 절감을 고민하고 있는 골프장주들의 이해 관계와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직원을 골프장에서 직접 고용하면 비수기와 기후 사정으로 골프장 운영을 못하는 날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줘야하는데, 위탁 운영을 통해 이러한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단체 급식 경험이 많은 이들 기업에게도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은 알짜 사업입니다. 공급 단가가 정해져 있는 급식보다 판매 가격이 비싸고, 마진율도 좋기 때문입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등교 수업 제한, 재택 근무 등으로 급식 사업이 계속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골프장 클럽하우스 위탁 운영은 급식기업들에 단비가 됐다”면서 “급식업계 뜨거운 감자가 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