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보석·시계 브랜드 사이에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지난해 수천만원대인 제품을 판매하는 명품 보석 브랜드는 실적이 개선된 반면, 대중적인 브랜드는 수익이 급감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좋은 소비자층이 선호하는 고가 보석 브랜드는 국내 수요만으로도 실적이 개선됐지만, 가격대가 높지 않은 브랜드는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신혼여행 대신 보석, 가방, 가구 등에 투자하는 예비 부부의 취향에 맞아떨어진 명품 보석 브랜드들이 선전했다.
프랑스의 고가 보석 브랜드인 쇼메는 지난해 한국 시장 매출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쇼메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325억원으로, 직전해(260억원)보다 2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억원, 12억원으로 2019년보다 200% 이상씩 급증했다.
쇼메는 ‘비 마이 러브’와 ‘조세핀’ 디자인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중 조세핀 제품군은 최저 30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해, 세공된 보석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가격이 억 단위에 육박한다.
최저 200만원 중반대인 ‘콰트로링'으로 인기가 많은 프랑스 브랜드 부쉐론도 지난해 들어 실적이 한층 더 개선됐다. 부쉐론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244억원으로, 직전해보다 60%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브랜드들은 면세점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타격을 입었다. 이탈리아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1840억원으로, 2019년보다 17%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54억원, 202억원으로 같은 기간 40% 가까이 줄었다. 불가리는 100만~500만원대인 ‘디바스 드림’이나 ‘비제로원’ 디자인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에서 입문용 명품 보석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브랜드인 티파니의 지난해 한국시장 매출은 2354억원으로, 2019년보다 15% 줄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94억원과 64억원에 그쳐,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티파니는 은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프랑스 보석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커플링으로 인기를 끈 ‘티파니 1837′ 반지는 30만원선이고, 티파니를 대표하는 디자인인 ‘하트 태그 펜던트' 목걸이도 20만원 후반~30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티파니가 1020세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문용 브랜드’로 꼽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티파니코리아는 제품군을 재정비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은 제품 일부 디자인을 한국에서 단종시키는 수순을 밟는 한편, 금과 백금 등 귀금속 소재 제품은 최근 1년 새 3번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명품 보석 브랜드 역시 보복 소비로 고가 제품일수록 인기를 끄는 분위기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은 예비 신혼부부의 인기 브랜드로 예거르쿨트르, 피아제, 쇼파드, 부쉐론 등 고가에 해당하는 보석·시계 브랜드를 꼽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쇼메, 부쉐론, 쇼파드 등 예물로도 인기가 많은 명품 보석 브랜드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명품 보석이나 시계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한 등급 더 높은 브랜드나 제품을 선택하는 등 지출액도 커지고, 예비 부부들도 신혼여행에 쓸 돈을 예물이나 혼수로 지출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