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소비 심리 위축에도 국내 주요 백화점이 2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명품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의류·패션 등 고마진 상품 판매가 확대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외국인 소비 증가와 더불어 국내 고소득층 '부의 효과'도 맞물리며 백화점 업황 호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신세계(004170)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7960억원, 영업이익 1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9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023530)은 매출 3조5612억원, 영업이익 1099억원으로 각각 6%, 170% 늘어 큰 폭의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그래픽=정서희

다만 현대백화점(069960)은 매출 1조495억원, 영업이익 852억원으로 각각 2.9%, 1.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매트리스 자회사 지누스(013890)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백화점 사업 자체는 의류 판매 호조와 고마진 상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2분기 백화점 실적을 이끈 배경으로는 외국인 소비 증가가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4월 방한 관광객은 202만8000명, 5월은 194만6000명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도 4월 1조9924억원, 5월 2조1222억원으로 월간 기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원화 약세가 외국인 명품 소비를 자극하면서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렸다. 명품 브랜드는 글로벌 가격 정책을 운영하지만, 환율 영향으로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 판매 가격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명품, 패션 등 객단가와 마진이 높은 상품 판매가 늘면서 매출보다 영업이익 증가 폭이 더욱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실제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외국인 명품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명품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9.2%에서 올해 1~5월 15.8%로 확대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1~5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고,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 비중도 30%까지 확대됐다. 5월 럭셔리 주얼리 부문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늘었다. 더현대서울의 5월 외국인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6%, 하이주얼리 매출은 220.1% 증가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명동거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뉴스1

증권가는 외국인 소비 확대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회복이 백화점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근로소득 증가, 자산 가격 상승, 외국인 매출 급증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백화점 구매력 초강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방한 외국인 증가세가 지속되며 명동과 부산 등 주요 점포의 성장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마진율이 높은 패션 매출도 반등하면서 수익성 개선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도 "부의 효과와 외국인 매출 증가에 힘입어 백화점 매출 성장세가 2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백화점 외 사업부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다. 신세계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철수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호조에 더해 홈플러스 일부 점포 영업 중단에 따른 마트 반사 수혜도 기대된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기저효과와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업황 호조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신세계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올해 1월 2일 23만1000원에서 68만원으로 약 6개월 만에 19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은 6만8600원에서 17만4600원으로 154.5%, 현대백화점은 8만4900원에서 17만6300원으로 107.7% 올랐다.

고환율과 방한 외국인 증가세에 맞춰 백화점들도 외국인 맞춤 서비스와 체험형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에 케이(K)컬처 인기가 더해지면서 외국인 고객 유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쇼핑뿐 아니라 식음과 전시 등 백화점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찾는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