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외국인 고객 유치 경쟁이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 할인 행사나 사은품 증정을 넘어 국가별 결제 방식이나 쇼핑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고, 편의점과 플랫폼 기업도 외국인 소비를 겨냥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면세점은 최근 유통업계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 대상 할부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외에서 발급받은 비자(VISA) 카드 소지 고객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나 신규 카드 발급 없이 기존 카드를 그대로 쓰면서 결제 시 할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해외 발급 카드로 국내 면세점에서 결제할 경우 대부분 일시불만 가능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뷰티 매장 전경. /신세계면세점 제공

면세점 쇼핑은 화장품, 패션, 시계, 주얼리 등 객단가가 높은 상품 구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할부 결제 옵션 확대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구매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게 신세계면세점 측 설명이다. 우선은 베트남 고객을 대상으로 명동점에서 운영 중으로, 향후 적용 국가를 확대하고 인천공항점까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업계는 외국인 고객이 자국에서 쓰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환전이나 별도 카드 발급 없이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보유한 유니온페이와 손잡고 오는 9월부터 큐알(QR) 결제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비접촉식 간편 결제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 2월 유니온페이와 협업해 전국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에 중국인 고객 대상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내년 1월까지 애플페이로 결제하는 중국인 고객을 상대로 최대 12% 할인도 제공한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 급증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은 47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5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94만명), 대만(54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외국인의 국내 카드 소비액은 2조1222억원으로 월 기준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1% 증가한 규모다. 소비 비중은 쇼핑 38%, 숙박 20%, 의료·웰니스 15% 순으로 집계됐다.

유통업계는 이로 인한 특수를 누리는 상황이다. 올해 1~5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 1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매출도 129% 늘었다. 업계 안팎에선 백화점 3사 모두 올해 외국인 매출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글로벌 가격 정책을 운영하지만, 원화 약세로 국내 판매 가격 매력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의 럭셔리 쇼핑 수요가 늘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외국인 큰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다국적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효과와 함께 K컬처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쇼핑과 체험을 위해 랜드마크인 백화점을 찾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정서희

편의점도 외국인 관광객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모두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점포를 중심으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해외 간편 결제를 도입했다. 다국어 안내와 환전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인기 간식과 라면, 캐릭터 상품, 지역 한정 상품 등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전면 배치하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5월 CU의 해외 결제 수단 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했다. GS25의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외국인 결제 서비스 매출은 78% 늘었고, 대만 관광객을 겨냥해 라인페이를 도입한 세븐일레븐은 전국 매장의 외국인 매출이 1.5배 증가했다.

플랫폼 기업 또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성 확대에 나섰다. 네이버는 최근 해외 발급 여권만으로 본인 인증이 가능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없는 외국인도 네이버 지도에서 음식점 예약과 주문, 결제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방한 외국인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환율 기조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수요를 겨냥한 유통업계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로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에서 구매하는 명품을 비롯해 숙박, 식음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식되는 분위기다.

실제 일부 명품, 하이주얼리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은 해외보다 낮아지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럭셔리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명품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 9.2%에서 올해 1~5월 15.8%로 확대됐다. 더현대 서울의 5월 외국인 명품 매출은 140.6% 증가했고, 하이주얼리 매출은 220.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