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파산(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회생의 마지막 변수는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 확보다. 향후 14일 이내 자금을 확보해 즉시항고하면 회생절차가 재개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직원을 비롯해 협력·납품업체, 입점 점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3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직후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운영자금 지원을 재차 요청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법원에서는 2주 이내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해 즉시항고하면 재도의 고안, 즉 회생절차 재개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 시내 홈플러스. /뉴스1

홈플러스 측은 "지난 몇 주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간청에도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제공한 1000억원의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금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며 "메리츠금융이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해주길 간청한다"고 했다.

이어 "점포 임대료 감액 협상과 일부 점포 영업 중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이어왔지만 회생 과정에서 상품 공급 차질이 발생했고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며 "운영자금 없이는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자금난으로 기업 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점포 축소와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왔다. 회생절차 개시 당시 126개였던 대형마트는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됐고, 약 1만8000명이던 직원 수도 9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회생의 핵심 조건이었던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국 청산 위기에 놓였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의사는 밝히고 있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 및 추가 자금 부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홈플러스와 MBK는 담보를 보유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가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자금 조달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0일 제출된 홈플러스의 수정 회생계획안을 검토한 결과 수행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매출 감소와 공익 채권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관계인 집회를 열지 않고 회생절차 폐지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곧바로 파산이 확정되는 건 아니다. 홈플러스는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다. 해당 기간 안에 운영자금을 확보하면 법원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재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홈플러스가 이대로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고용과 협력업체 전반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직원을 비롯해 주차·카트 관리, 청소 등 간접 고용 인력 1만여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입점 점주와 납품업체, 홈플러스 전단채 투자자 등도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전국 주요 상권의 핵심 집객 시설 역할을 해온 홈플러스 점포 운영이 차질을 빚게 되면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단순한 대형마트가 아니라 식당, 미용실, 세탁소, 약국, 카페 등 생활형 상권이 붙어 있는 거점 시설 역할을 해온 만큼, 주변 상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적극 협조하고 채권자와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생을 위해 성원해 준 고객과 임직원,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