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에 맞춰 대규모 생필품 할인전에 나선 CU가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위기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BGF리테일(282330)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가 29일 화물연대와의 단체 합의서에 잠정 합의하면서, 주요 물류 거점의 봉쇄 해제를 앞두고 있는 덕이다.
다만 파업 기간 일부 CU 점포에선 간편식과 행사 상품을 비롯한 물류 차질이 빚어졌고, 본사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점주 불만도 누적됐다. BGF리테일 입장에서는 물류 정상화 이후 점주 신뢰 회복이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5시쯤 BGF로지스와 교섭을 통해 단체 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 화물연대는 합의서를 체결한 후 주요 센터 봉쇄를 해제할 방침이다. 화물연대는 그동안 운송료 인상과 휴무 확대, 손해배상 청구 금지,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전면 취소 등을 요구해 왔다.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한 뒤 진주, 경기 화성, 안성, 전남 나주 등 주요 CU 물류센터 출입구를 봉쇄했다. 지난 17일부터는 충북 진천 BGF푸드 공장까지 봉쇄 범위를 넓혔다. 이 여파로 일부 CU 점포에서는 김밥, 삼각김밥, 샌드위치 등 즉석식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양측이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CU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 대목을 앞두고 최악의 물류 공백은 피할 수 있게 됐다. CU는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약 40일간 생필품 중심의 2500여 종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행사 상품은 기존 월 통합 행사 상품 2400여 종에 라면, 즉석밥, 주류, 스낵, 티슈, 음료, 정육, 과일 등 생활 밀착형 품목 50여 종을 추가한 구성이다.
CU가 지원금 지급 시점에 맞춰 할인전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당시 확인된 매출 증가 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된 첫 주인 7월 22일부터 28일까지 CU의 일 매출은 전년 대비 9% 늘었다. 특히 가족주택, 독신자주택, 주택근생 등 주거 밀집 상권에서 매출 증가율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또 소비쿠폰 지급 후 한 달 동안 CU가 전월 대비 주요 상품군 매출을 분석한 결과 즉석밥 매출은 37%, 건강식품은 35.8%, 라면은 32.6%, 음료는 32.2% 등 민생과 직결된 품목의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소비쿠폰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BGF리테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영업이익은 7.1% 늘었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편의점 업계 전반의 매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중동발 유가 급등으로 커진 서민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한시 지원금이다. 1차 지급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이다. 신청은 지난 27일부터 시작됐다.
지원 금액은 기초생활수급자 1인당 55만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1인당 45만원이다. 비수도권 또는 인구 감소 지역 거주자는 1인당 5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지원금 사용처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으로 제한된다.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 편의점, 치킨·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와 기업형 수퍼마켓(SSM), 대형 마트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한편, 잠정 합의에도 파업 기간 누적된 점주들의 불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원금 지급과 대규모 할인 행사가 겹친 시점에 물류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필품과 간편식 구매 수요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
CU가맹점주연합회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물류망 봉쇄 이후 개별 점포의 일매출은 평균 20~3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매출 비중이 높은 삼각김밥, 도시락 등 간편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기존 발주 품목의 폐기량도 늘면서 손실이 누적됐다. 지난 22일 CU가맹점주연합회는 BGF리테일과 BGF로지스, 화물연대를 상대로 파업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BGF리테일 측은 "합의서 체결 후 봉쇄가 풀리면 내부 정비를 거쳐 진천을 중심으로 오늘부터 센터별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모든 센터와 공장의 100%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회사와 가맹점 피해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왔다"며 "이른 시일 내 가맹점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