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을 시작하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지원금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이 차등 지급되는데, 사용처가 제한된 만큼 업태별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어서다. 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으로 전통시장·동네 마트·편의점과 치킨·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이다. 이커머스(전자 상거래)와 기업형 수퍼마켓(SSM), 대형마트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풀리는 지원금을 잡기 위해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4대 편의점은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U는 라면과 즉석밥, 티슈 등 생활 밀착형 품목 50여 종에 대한 통합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할인이 들어가는 품목도 있고,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1만원 이상을 구매하면 10%, 2만원 이상을 구매한 25%를 할인해 주고 있다. 할인 기간은 내달 31일까지다.
GS25도 즉석밥, 계란 등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달 31일까지 자체브랜드(PB)인 '혜자로운'과 '리얼프라이스' 상품 17종을 25% 할인하고, 다음달 15일까지는 인기 상품에 대한 1+1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세븐일레븐은 '고유가 생활안정'을 테마로 계란, 두부, 콩나물 등 18종과 항정살, 삼겹살 등 육류를 반값에 선보인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직영점에선 사용할 수 없고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교촌치킨과 맘스터치 등은 자사 애플리케이션과 오프라인 매장 안내문을 통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이디야도 가맹점 매장 내 안내 스티커를 통해 소비자에게 지원금 활용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은 제외돼 소비자 혼란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가맹점에서 지원금 소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도 그랬듯 일단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SSM, 이커머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에 뿌려졌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약 12조원 규모였고 이 중 7%는 편의점으로, 나머지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에 흩뿌려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6조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체 파이가 줄어든 만큼 특정 업태의 압도적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지난해엔 편의점의 실적 개선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기여한 부분이 있지만, 올해는 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리나 이커머스나 자체 할인 행사 등을 통해 매출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사들이 소비 이탈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부담을 한껏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불만이 많은 쪽은 SSM 점주들이다. GS더프레시·이마트에브리데이·홈플러스익스프레스·롯데슈퍼 등 국내 4대 SSM 점포 1457곳 중 절반인 721곳은 가맹점 형태기 때문이다. 특히 GS더프레시는 전체 581개 중 471개(81%)가 가맹점이다. 한 SSM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도 가맹점은 되는데, SSM은 왜 가맹점에서조차 쓸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업태 간 경쟁 심화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편의점은 지원금 수요를 잡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대형 유통채널은 가격 할인으로 대응하면서 단기적으로 물가 부담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자체보다 중요한 건 소비 흐름의 이동"이라며 "사용처 제한이 오프라인 근거리 채널 중심 소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