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상장폐지(상폐)를 전제로 한 완전자회사 편입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중복 상장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소하고, 식품·외식 사업 재편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본사 전경. /이마트 제공

◇ 지배구조 정리와 함께 사업 재편 본격화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139480)신세계푸드(031440)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신세계푸드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금감원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가 제출한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와 교환비율 산정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취지다. 금감원은 주식 교환비율이 적절하지 않고, 주주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신세계푸드의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교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마트 주식을 적게 내주고도 신세계푸드를 주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지분 26.91%(104만2112주)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었다. 교환비율은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보통주 기준 1대 0.5031313으로 산정됐다.

하지만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단체급식 사업 부문을 아워홈에 약 1200억원 규모로 매각한 부분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일부 소액주주들의 입장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진행된 이마트의 공개매수 당시에도 제시된 가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응모 물량 목표치의 약 30%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로도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이어지는 분위기다. 소액주주 간담회는 오는 24일과 내달 7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마트와 신세계푸드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임시 주주총회 일정도 6월로 미룬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와 신세계푸드는 현행 법령과 제도에 따라 관련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며 "투자자와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도록 관련 내용을 보완할 뿐 아니라 일반(소수)주주와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사진은 이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신세계푸드의 이마트 완전자회사 편입은 우선 지배구조 정리의 성격이 짙다. 모회사인 이마트와 자회사인 신세계푸드가 모두 상장돼 있으면 자본시장에서 자회사 가치가 중복 계산되거나, 모회사의 가치가 할인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신세계푸드가 이마트의 100% 자회사가 되면 이마트 이사회의 결단만으로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사업 재편 성격도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하고, 그룹 내 식품·외식 사업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상장 유지에 따른 비용과 실적 부담에서 벗어나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고 핵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의 급식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베이커리·식자재 유통·프랜차이즈(노브랜드버거)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커리 B2B(기업 간 거래) 제품군 확대와 식자재 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브랜드버거도 핵심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창업 비용을 낮춘 소형 매장 모델을 도입하는 등 가맹 확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 제도 변화 국면에 구조 개편도 속도전

이마트가 절차를 이어가는 배경엔 타이밍에 대한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선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합병가액 산정 시 주가뿐 아니라 자산 가치와 수익 가치 등을 반영하는 것이 골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은 상황인 만큼, 이마트 입장에선 기존의 기준이 유지될 때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에 현행 제도 안에서 가능한 범위 내 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정정 요구로 일정이 일부 지연되긴 했지만, 이번 거래는 단순 지배구조 정리가 아니라 사업 재편도 맞물린 사안이기에 중간에 방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며 "결국 마무리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정리를 추진하기엔 지금이 적기"라며 "제도 변화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선 기존의 기준이 유지될 때 구조 개편을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중복 상장 구조에선 사업 간 시너지가 장기적으로는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정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의 결과인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