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엔에스쇼핑(채널명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가는 3000억원대 안팎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세부 조건을 확정한 뒤 본계약 체결을 서두를 계획이다.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힌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뉴스1

◇ 본계약 속도 내는 홈플러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본계약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정한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인가 기한이 5월 4일이기 때문이다. 본계약이 체결되고 매각 대금이 빨리 투입돼야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으로 급한 불을 끄고 점포와 인력 구조조정을 병행하면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펼쳐보면 2028년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가가 3000억원대 안팎 수준이라면 홈플러스 회생에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애초 1조원 넘는 몸값으로 추산됐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확 낮아졌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본입찰에서 빠진 메가커피(MGC글로벌)는 2000억대 중후반 수준으로 매각가를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이 흥행하면서 홈플러스도 살아나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인데, 지금 추정되는 매각가로는 손실을 충당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4000억원 수준은 나와야 한다"고 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앞서 긴급운영자금(DIP) 1000억원을 지원했지만 체불 임금·미지급 대금 처리에 거의 소진된 상태다.

오드그로서 브랜드캠페인 포스터./하림 제공

◇ 하림 2세 사업 '오드그로서' 날개 달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려는 하림그룹은 인수 후보자로 지속적으로 꼽혀왔던 곳이다. 쿠팡이나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여러 유통사들이 인수 후보로 꼽혀왔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사실 식품 회사의 유통 사업 확대에 적합한 매물로 분류돼왔다. 하림의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전용 판매처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300여 개 점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방송 중심의 NS홈쇼핑이 오프라인 채널까지 안으면 모바일과 온라인을 잇는 채널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NS홈쇼핑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소식이 밝혀지자 "지난 25년간 축적한 신선 농산물 및 식품 취급 경험이 SSM 사업 운영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홍국 하림 회장의 차녀 김현영 차장이 전면에 나선 '오드그로서'가 날개를 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 차장은 하림지주 입사 1년 만에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 오드그로서를 총괄하며 신사업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오드그로서는 작년 9월 하림그룹이 내놓은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이다. '당일 생산·당일 출고'를 내세운 C2C(Cut to Customer) 서비스인데, 하림은 이를 위해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풀필먼트 시스템 'FBH(Fulfillment By Harim)'를 구축했다. 하림 관계자는 "생산공장과 물류센터를 컨베이어벨트로 연결해 도계·포장·출고가 당일 처리되는 구조"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드그로서와 실물 매장을 연결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퀵커머스를 더해 실질적인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금 자산도 충분한 편이다. 지난해 엔에스쇼핑의 현금성 자산은 1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유동비율은 2024년 136.9%에서 164.6%로 높아졌다. 이는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보다 1년 내 쓸 수 있는 자산이 1.6배 많은 정도라는 뜻이다.

하림그룹은 엔에스쇼핑이 10년 전에 접은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재개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엔에스쇼핑은 2009년 NS마트 브랜드로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에 진출해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점포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2014년 점포를 정리하고 2015년에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롯데와 이마트, 홈플러스의 SSM과 경쟁이 심해지고 정부의 출점 규제가 가해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림과의 시너지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며 "가격도 무리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하림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인수합병(M&A)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