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만명.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3대 브랜드는 유통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올다무가 외국인의 관심 속에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 가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소비 품목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본지는 외국인 소비 동선에 새롭게 편입되는 공간의 특징과 확장 흐름을 짚어보고 차기 올다무로 거론되는 채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문구, 액세서리, 캐릭터 굿즈 등을 판매하는 소품숍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새로운 쇼핑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장품, 패션 중심이던 소비 영역은 스티커, 노트, 키링, 파우치 등 부피가 작고 가격 부담이 적은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4번 출구 앞 아트박스. 평일 낮 시간대였지만 매장 안은 북적였다. 학용품, 노트, 스티커, 장난감 등이 빼곡하게 채워진 진열대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상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트박스 성수역점. /아트박스 제공

국내 프랜차이즈 문구점 가운데 하나인 아트박스는 최근 외국인 MZ(밀레니얼+Z세대)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힌다. 다양한 문구, 액세서리 외에도 한국 특유의 디자인과 캐릭터를 활용한 이른바 케이(K)굿즈를 살 수 있는 소품숍으로 입소문이 났다.

아트박스 성수역점을 비롯해 홍대, 명동, 강남 등 주요 상권에 위치한 매장 방문 고객의 70~80%는 외국인이 차지한다. 아트박스는 지난달 말 현재 전국에 20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119개)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트박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대체로 휴대하기 쉽고, 단가가 낮아 기념품이나 선물 수요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 실용성뿐 아니라 K팝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는 점이 해외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다는 평가다.

뉴뉴 성수점. /권유정 기자

'버터샵(BUTTER)', '오브젝트(Object)' 등 소품숍도 인기다. 버터샵은 유명 캐릭터 제품을 앞세워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오브젝트는 국내 브랜드와 작가들이 만든 엽서, 포스터, 다이어리, 스티커, 인테리어 소품 위주로 판매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액세서리 소품 잡화점 '뉴뉴(nyunyu)' 매장에도 외국인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뉴뉴는 국내 최초의 액세서리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다. 1000~1만원대 귀걸이, 반지, 팔찌, 머리핀 등 액세서리부터 키링, 그립톡, 모자, 안경 등 잡화를 취급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소품숍 인기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전략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성수동에 위치한 올리브영N성수에는 프리미엄 문구 브랜드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다. 매장에선 화장품 쇼핑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계산대로 가는 길목에 멈춰 서 엽서, 스탬프 등을 담는다.

29CM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성수 1호점. /권유정 기자

무신사의 경우 계열사 29CM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성수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소품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구홈 성수는 6개월 만에 방문객 62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매출 비중은 월평균 34%에 달했다. 첫 매장이 흥행하면서 올해 1월에는 성수 2호점도 오픈했다.

김성은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장은 "방한 외국인들의 소비 방식이 과거 기성 기념품 중심의 큰 쇼핑백 형태에서 개인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정교한 라이프스타일 수집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가품 한두 개에 집중하기보다 가성비 높은 중저가 제품을 여러 개 사는 형태가 한국 관광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