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만명.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3대 브랜드는 유통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올다무가 외국인의 관심 속에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 가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소비 품목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본지는 외국인 소비 동선에 새롭게 편입되는 공간의 특징과 확장 흐름을 짚어보고 차기 올다무로 거론되는 채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방한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주요 상권 백화점도 외국인 관광객 발길을 이끌고 있다. 해외 명품과 고가 브랜드 제품과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는 가운데 식음료(F&B)와 체험형 콘텐츠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서비스와 혜택을 강화하며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는 지난달 중국 춘절 연휴 기간 외국인 매출이 일제히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 매출이 전년 춘절 연휴 대비 120% 증가했다.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고객 매출은 260% 늘어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004170)백화점과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외국인 소비가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중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416% 증가했고, 더현대 서울의 중국인 매출도 210% 늘었다. 올해 춘절 연휴는 최장 9일간 이어진 데다 중·일 갈등 여파 속 일본 대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는 방한 외국인 증가로 이례적인 특수를 누렸다.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합산 2조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7000억원대, 신세계백화점은 2023년보다 약 3.5배 늘어난 6000억원대 중반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734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지속되는 원화 약세가 외국인의 백화점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효과 덕에 명품을 비롯한 고가 디자이너, 스포츠 브랜드 제품의 가격 부담이 낮아지면서, 면세점이 아닌 백화점에서도 쇼핑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의 신상품 출시가 빠르고, 제품 라인업이 다양하다는 점도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모델이나 앰배서더로 국내 아이돌과 배우가 활동하면서 한국의 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체험형 소비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고객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F&B 매장과 팝업 전시, 브랜드 체험 공간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콘텐츠가 늘면서 관광 코스로서의 매력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백화점 업계 역시 외국인을 겨냥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인천공항 환승 시간을 활용해 쇼핑과 요리 문화 체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경유하는 관광객이 환승 시간 동안 도심 백화점을 방문해 쇼핑과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과 혜택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관광객 전용 멤버십 프로그램 '투어리스트 카드'는 출시 두 달 만에 발급 건수 4만건을 넘어섰다. 10만원 이상 구매 시 5% 할인, 교통카드 기능, 롯데면세점·마트 등 계열사 혜택을 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VIP(500만원), VVIP(1000만원), SVIP(3000만원)의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에 VIP 혜택을 추가하고,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외국인 VIP 전용 라운지를 신설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외국인 전용 멤버십인 H포인트 글로벌을 통해 현대백화점을 방문한 외국인에게 식당 예약·통번역·모바일 택스 리펀드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H포인트 글로벌 회원은 구매 금액대별 할인 쿠폰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오린아 LS증권 수석연구원은 "엔저(엔화 약세) 국면이던 2022~2024년 일본 유통업계가 외국인 소비 증가에 힘입어 백화점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케이(K)콘텐츠로 인한 외국인 유입 확대와 환율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올해 상반기 백화점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