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일부 이용자 이탈 조짐이 나타나자,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연초부터 배송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보다 배송 시간을 세분화하고 도착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등 이용자 경험 개선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막대한 물류 투자와 전국 단위 배송 인프라를 고려할 때 쿠팡의 독주 체제를 뒤집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 환경 변화로 경쟁사들이 배송 경쟁력 강화와 물류 투자 확대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마켓·옥션은 최근 도착보장 서비스 '스타배송'의 공식 풀필먼트 협력사로 '위킵'을 선정하며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위킵은 자체 개발 인공지능(AI)을 통해 인천, 이천, 화성, 부산 등 전국 주요 거점에서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G마켓·옥션의 스타배송은 평일 오후 11시, 주말 오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출고 후 다음 날 배송을 보장하는 주 7일 배송 서비스다. G마켓·옥션은 기존 CJ더풀필, 품고에 이어 위킵까지 협력사로 확보하면서 셀러(판매자)의 물류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도착보장 서비스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빠른 배송 서비스 '바로퀵'의 제공 권역을 확대하며 쿠팡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바로퀵은 이마트 매장 상품을 점포 반경 3㎞ 이내 주거지에 약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SSG닷컴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60개 이마트 매장에서만 바로퀵을 운영했으나, 올해 상반기까지 이를 9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쓱배송' 서비스도 고도화하고 있다. 전국 100여 개 이마트 점포의 물류 시설을 활용해 주간 배송 물량을 확대하고, 고객 수령 시간대 역시 지역별로 최대 5개까지 세분화한다는 방침이다.
컬리는 지난달 '자정 샛별배송'을 도입하며 일 2회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전날 밤 11시부터 당일 오후 3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당일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컬리는 현재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자정 샛별배송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배송 권역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지난달 빠른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 상품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 도착지연 보상 혜택을 도입했다. 단순 변심으로 미개봉 상품을 반품·교환할 경우 배송비를 11번가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쿠팡이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유사하다.
또 결제 단계에서 안내된 도착 예정일보다 배송이 지연될 경우 11번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11페이 포인트' 1000포인트를 지급한다. 쿠팡이 배송 지연 시 쿠팡캐시를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보상 체계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체들이 배송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쿠팡을 둘러싼 시장 환경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쿠팡은 막대한 물류 투자와 전국 단위 배송망을 기반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해 왔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이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일부 이용자 이탈 조짐이 나타나면서 경쟁사들이 이를 시장 판도 변화의 계기로 보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데이터도 변화 조짐을 보여준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3312만3043명으로 전달보다 0.2%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3439만8407명이었던 MAU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약 석 달 사이 128만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에겐 쿠팡이 주춤하고 있는 현 상황이 기회"라며 "쿠팡에서 이탈한 이용자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