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간 외교적 긴장이 이어지며 중국 내 일본 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원정 쇼핑을 위해 일본을 찾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한국으로 옮겨가며 한·일 백화점 업계의 매출 흐름도 엇갈리고 있다.
최근 일본의 주요 백화점은 외국인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한 반면, 한국 백화점은 외국인 매출이 크게 늘며 실적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국내 백화점들은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과 콘텐츠를 강화하며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백화점 다카시야마의 올해 1월 면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다이마루·마쓰자카야를 운영하는 J프론트리테일링도 면세 매출이 약 17% 줄었고, 한큐·한신백화점을 운영하는 H2O리테일링은 중국인 매출이 60% 급감했다.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 역시 지난해 12월 면세 매출이 15% 감소했다.
일본 백화점들의 면세 매출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여권을 제시하고 소비세(10%)를 면제받아 구매한 금액을 뜻한다. 일본 거주자가 아닌 단기 체류 외국인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본 주요 백화점들의 면세 매출이 급감한 것은 중국 정부의 일본 방문 자제 권고 영향으로 중국인 여행객이 대폭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1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38만5300명으로 전년 대비 60.7% 감소했다.
반면 한국 백화점 업계에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7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5% 늘었다. 작년 4분기 명동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약 19%를 차지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과 현대백화점(069960)도 지난해 외국인 매출이 약 6500억원, 7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 매출 기여도는 더 커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1월 외국인 매출은 900억원을 넘으며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5~23일 춘절 연휴 기간 롯데백화점의 중국·대만 등 중화권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0%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서울의 중국인 고객 매출이 210%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는 외국인 손님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과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롯데 계열사 쇼핑 혜택과 교통카드 기능을 결합한 '롯데 투어리스트 멤버십 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멤버십은 중국 SNS 샤오홍슈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최근 누적 발급 3만8000건을 돌파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지난해 문을 연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는 최근 구매 고객 중 외국인 비중이 70%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명동 상권 내 플래그십 스토어가 없는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유치해 이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신세계면세점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맺은 3자 MOU(업무협약)를 올해도 연장했다. 관광공사와 협업해 본점 더 헤리티지, 아카데미 등과 연계한 K컬처 체험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또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해외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로드쇼, 트래블마트 등 각종 여행 박람회 참가 빈도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또 방한 관광객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패션·뷰티·푸드를 중심으로 월별 할인 혜택과 쿠폰 등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중국 최대 카드사 유니온페이와 협업해 전국 백화점·아울렛 점포에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은 실물 카드 없이도 애플페이를 사용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현대백화점은 상반기 중 더현대 서울 6층에 K뷰티와 K패션을 소개하는 전용 팝업 공간도 마련한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퍼스널 컬러 분석, 티셔츠 커스텀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고객 유입 속도를 감안하면, 올해 주요 업체들이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은 객단가가 높고, 명품 중심 소비도 활발하게 이뤄져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