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중고거래(리커머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엔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백화점과 패션 대기업이 뛰어드는 추세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속형 소비가 부상한 것이 배경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8월 의류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무신사 유즈드'를 출범했다. 고객이 옷을 무신사 측에 보내면 상품 촬영과 게시물 작성, 상품 세탁과 발송 등을 대행해 준다. 정산 대금은 고객의 '무신사머니' 계좌에 입금된다. 이른바 C2B2C(소비자가 기업을 통해 물품을 다른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10월 기준 무신사 유즈드 거래액은 전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신사 유즈드 상품 등록 수는 67%, 상품 구매 회원 수는 2.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무신사 관계자는 "유니클로나 자라, H&M 등 무신사에 입점하지 않는 브랜드의 중고품도 거래되고 있다"며 "현재는 의류만 취급하지만, 차후 신발, 가방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LF(093050)도 지난 9월 중고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리세일(재판매) 서비스 '엘리마켓'을 열었다. 헤지스, 마에스트로, 바네사브루노 등 LF의 15개 브랜드 중고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F&F(383220)는 '디스커버리 리마켓'을 운영 중이다.
백화점들도 중고 의류 판매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고객으로부터 중고 의류를 수거하고 시세에 맞는 금액을 백화점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패션 대기업과 백화점이 중고 의류 판매 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브랜드보다 취향과 가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었다. 나이대별로는 20대가 68%로 가장 많았다.
중고 거래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중고거래 하면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등 구하기 힘든 패션 상품을 웃돈을 주고 사는 방식이 대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유니클로처럼 저렴한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 상품이 정상 가격보다 50% 이상 싼값에 거래된다.
중고 거래 서비스는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고객을 록인(묶어두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이점도 있다. 이에 대부분의 기업은 중고 의류 거래에 따른 수익금을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머니나 포인트로 적립해 줘 새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한다.
최근에는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중고 플랫폼에서 한국 패션 상품을 역직구하는 해외 소비자도 등장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자사 글로벌 몰(번장글로벌)에서 해외에서 젠틀몬스터,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등 K패션 브랜드의 리커머스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 26조원에서 올해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이 중 5조원 정도가 의류 중고 거래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세계 최대 중고 의류 플랫폼 스레드업은 세계 중고 의류 시장은 연 12% 성장해 2028년에는 3500억 달러(약 507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