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부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 매장 5층의 1000평(약 3300㎡) 규모 전시 공간 '사운즈 포레스트'에는 벌써 크리스마스(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눈이 내린 중세시대의 숲속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꾸며진 내부 공간에는 원목으로 만든 코티지(Cottage·유럽 전통 시골집)들이 설치돼 있었다. 각 건물마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각종 선물과 편지 장식이 채워져 있었다.

중앙부에는 부드러운 파스텔 색 조명 아래 반짝이는 대형 트리들이 우뚝 솟아 있었고, 발걸음이 닿는 곳곳마다 캐럴이 흘러나왔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곳곳에서 '인증 샷'을 찍으며 기쁜 표정을 보이곤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팝업 전시 공간 내부의 한 건물에서 각종 장난감이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 /정재훤 기자

현대백화점은 이달 1일부터 전국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에서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Atelier de Noël)'을 주제로 크리스마스 테마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산타와 루돌프가 감기에 걸려 아이들에게 직접 쓴 편지와 선물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자, 현대백화점의 겨울 마스코트 캐릭터 '아기 곰 해리'가 이를 대신 수행한다는 서사를 담았다.

이번 겨울 전시는 올해 3월 콘셉트를 확정하고, 10여 명의 디자이너가 내부 건물부터 모든 소품까지 직접 조달·제작했다.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 디자이너는 "클릭 한 번이면 선물을 전달할 수 있는 시대에 점점 잊혀지는 손의 온기와 진심 어린 시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전시회 관람은 약 20~30%는 사전 예약제로, 나머지는 현장 대기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1차 네이버 사전 예약에선 동시 접속자 약 4만5000명이 몰리며 30분 만에 마감됐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조성된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제공

아직 성탄절까지는 약 두 달이 남았지만, 오프라인 영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백화점 업계는 발 빠르게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개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46일간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 광장을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탈바꿈한다. 각종 브랜드 협업 부스와 먹거리 부스 등을 통해 유럽 정통 크리스마스 마켓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움직이는 하트 점등식인 '하트 라이트 쇼',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스노우 샤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명동 본점과 잠실점 외벽에 총 3만개의 LED 조명을 활용한 '크리스마스 파사드'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으로 이름을 알린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나탈리 레테(Nathalie Lété)와 협업해 '스위트 홀리데이'를 테마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서울 중구 롯데타운 명동 영플라자 건물 외벽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된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7일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신세계스퀘어(미디어 파사드)에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영상을 공개한다. 영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영상이 공개되는 스크린 규모를 지난해보다 61.3㎡ 늘린 총 1353.64㎡(약 409평)로 조성했다.

또한,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1층에 대형 나무들로 꾸며진 트리 로드(tree road)를 조성하고,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는 수십만 개의 조명을 설치해 금빛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연출한다. 대전신세계 아트 앤드 사이언스에서는 길이 8m의 초대형 트리가 1층 로비를 장식할 계획이다.

오는 7일부터 공개될 신세계스퀘어의 2025년도 크리스마스 영상 랜더링 이미지. /신세계백화점 제공

이처럼 백화점 업계가 발 빠르게 크리스마스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고객 체류 시간과 매출 전환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실제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진행되는 11~12월에는 SNS 등에서 각종 매장의 해시태그를 내건 '인증 샷'이 올라오며 입소문을 타곤 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3년부터 잠실 롯데타운 일대를 크리스마스 마켓 형태로 조성해 왔다. 방문객은 2023년 24만명, 2024년 40만명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부터 더현대 서울에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은 100만명이 넘으며, 올해도 수십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행사에는 주중 일평균 6000명, 주말 1만여 명이 방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4분기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성수기로 꼽히는데,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는 체험형 마케팅은 고객의 매장 방문과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2025년 크리스마스 팝업 전시회에 대한 정보와 관람 후기 게시물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