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시장에서 케이(K)뷰티가 강세다. 틱톡·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된 한국 화장품을 써보려는 일본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일본 최대 할인 매장 돈키호테와 뷰티 전문 편집숍에서는 K뷰티 브랜드가 인기를 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돌파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대비 11.9% 증가한 2억7000만달러(약 3760억원)를 기록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K뷰티 열풍 속에서 LG생활건강(051900)과 퓌(Fwee)는 일본 MZ세대를 정조준한 차별화 전략으로 현지 공략에 나섰다.

지난 3일 오후 2시 도쿄 미나토쿠 신바시에 있는 긴자 스테파니 빌딩에 위치한 LG생활건강 일본법인 사무실에서 신윤진 LG생활건강 일본사업총괄 ABM(Assistant Brand Manager)이 CNP·VDL 등 대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 상세 성분 데이터 제공으로 日 MZ세대 신뢰 쌓는 LG생활건강

지난 3일 오후 2시 도쿄 미나토쿠 신바시에 있는 긴자 스테파니 빌딩에 위치한 LG생활건강 일본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신윤진 LG생활건강 일본사업총괄 ABM(Assistant Brand Manager)은 현지 소비자에 대해 "성분과 근거를 중심으로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상세 페이지에 적힌 충분한 임상 자료와 성분 데이터가 구매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은 일본 뷰티 시장에서는 MZ세대를 정조준한 브랜드 CNP와 VDL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CNP의 프로폴리스 라인은 세럼에 이어 토너·클렌징밤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비타민C·트라넥삼산·나이아신아마이드 등 현지 선호 성분을 담은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에선 세럼 위주로 팔리던 CNP 제품을 일본에서는 크림 제형 미스트·토너, 패드형 마스크로 현지화했다. 크기가 작은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에 맞춰 VDL 미니어처 제품도 출시했다.

틱톡·인스타그램 이용률이 높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인기 유튜버 '모모치'와 공동 개발한 블러셔 '뽀용치크'다. 일본 MZ세대 사이에선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 대란템이 되기도 했다. 박건희 LG생활건강 일본 법인 뷰티 마케팅 담당 PM(프로젝트 책임자)은 "한국에선 인플루언서 협업이 단기인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몇 달간 직접 사용해보고 효과를 체감해야만 협업이 가능하다"며 "신뢰를 전제로 한 긴 호흡의 마케팅이 필수"라고 했다.

LG생활건강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로프트·돈키호테·플라자 등 현지 유통 매장에서 팝업(임시 매장) 행사를 열고 일본 최대 리뷰 플랫폼 '엣코스메' 도쿄점 행사에도 참여했다. 박 PM은 "온라인에서 본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고 구매하는 일본 MZ세대 소비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오후 5시 도쿄 신주쿠에 있는 퓌 아지트 도쿄 매장에서 만난 홍보 담당 모에씨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 꾸미는 재미·미니어처 키링 등 日 MZ세대 취향 저격한 퓌

신생 색조 뷰티 브랜드 퓌는 지난해 일본 뷰티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 4곳에 단독 매장을 열고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이날 오후 5시 도쿄 신주쿠에 있는 퓌 아지트 도쿄 매장에서 만난 홍보 담당 모에(26)씨는 "최소 10개에서 최대 35개까지 뽑아낸 색상은 고르는 재미를 줄 뿐 아니라 귀여운 제품 패키지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콘텐츠에 민감한 MZ세대의 취향을 노렸다"고 말했다.

퓌는 화장품을 단순히 바르는 제품이 아니라 '꾸미고 보여주는 소품'으로 본다. 실제 도쿄 매장 3층 '데코 존(Deco zone)'에선 방문한 소비자들이 구매한 미니어처 블러셔나 키링 제품을 현장에서 꾸밀 수 있다. 화장품을 '나를 보여주는 소품'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대표 제품은 미니어처 블러셔 키링이다. 본인 취향을 반영한 인형·키링 등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MZ세대 문화에 맞춰 '가방에 달고 다니는 뷰티템'을 기획했다. 대학생 아야코(21)씨는 "일본 현지 뷰티샵 제품들보다 색상이 더 다양하고 제품 케이스가 귀여워서 자주 구매하게 된다"고 했다.

마케팅 방식도 일본 MZ세대가 자주 접하는 SNS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딩박스(Seeding box)'가 대표적이다. 이는 브랜드가 제품을 인플루언서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리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일본 MZ세대가 SNS에서 접한 인플루언서가 쓰는 제품을 써보고 싶다는 소비 심리를 공략했다. 모에씨는 "일본 MZ세대들은 SNS에서 퓌 신제품을 보고 매장을 찾아 체험한 뒤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서 본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게 퓌가 일본 MZ세대를 공략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