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를 매일 하지만 잘하기는 어렵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장보기, 모두가 꿈꿨지만, 한 번도 구현하지 못한 장보기가 바로 '컬리N마트'입니다."
9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김슬아 컬리 대표는 컬리N마트를 이렇게 소개했다. 컬리N마트는 지난 4일 네이버와 컬리가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서 선보인 새벽배송 서비스다.
이날 컬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이 아닌, 네이버를 상징하는 초록색 상의를 입고 등장한 김 대표는 "초록색 옷을 입어보니 보라색과 초록색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컬리와 네이버는 다른 강점이 있는 회사지만, 그렇기에 매우 어려운 걸 함께 해낼 수 있는 파트너십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운을 뗐다.
컬리N마트는 컬리의 첫 외부 플랫폼 진출로 주목받았다. 컬리 고객이 아니더라도,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사용자는 컬리의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새벽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2만원어치 이상 구매 고객에겐 무료 배송을 제공한다.
컬리의 물류 배송 인프라를 이용해 네이버에 입점한 상품도 새벽배송한다. 컬리의 물류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지난 1일부터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의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컬리의 확장성'을 이번 협업의 의미로 꼽았다. 그동안은 좋은 제품과 큐레이션에 집중했지만, 더 많은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해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컬리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300만 명 수준이었다. 김 대표는 "전 국민이 다 쓰는 네이버와 협업하는 만큼 4000만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혀나가겠다"며 "컬리의 새벽배송 인프라를 공유해 양사의 물류 효율성을 증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캐니벌라이제이션(자기 시장 잠식) 우려도 나온다. 컬리N마트가 컬리의 고객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컬리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고객은 다르다고 했다. 컬리는 프리미엄이나 희소한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고, 네이버는 대한민국 평균에 가까운 고객이 많아 그에 맞게 상품 기획도 차별화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유저(사용자)는 컬리 유저보다 가족 구성원이 많고, 대용량 상품 니즈가 많다. 브랜드 선호도도 다르다"라며 "컬리N마트를 통해 기존 상품군에 대해 더 대중적이고 친숙한 상품도 팔 수 있게 됐다. 드디어 컬리도 락스를 잘 파는 회사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이번 협업을 통해 그동안 약점으로 꼽힌 신선식품 장보기 부문을 보완하게 됐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그간 넷플릭스 제휴 등을 통해 혜택을 강화해 왔지만,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돼 자체 물류·배송을 지닌 쿠팡과 맞서기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에선 쇼핑 사업을 키우는 네이버가 컬리 인수를 염두에 두고 협력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이윤숙 네이버 쇼핑사업 부문장은 "인수 계획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 부문장은 "우리가 먼저 컬리에 러브콜을 보냈다"면서 "장보기에서 상품과 물류는 같은 말인데, 국내에서 이걸 할 수 있는 업체는 컬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경영진도 이견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콩나물, 두부를 잘 팔기 위해선 콜드체인과 새벽배송 등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하는 것보다 건강한 파트너십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싶었다"며 "컬리 역시 우리와의 제휴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커머스가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인 건 맞지만, 돈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유저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기에 지속적으로 유저와 셀러들이 생태계에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력과 시간이 제일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창업 이래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다. 컬리의 물류센터가 터져나가고, 배송 차가 꽉꽉 차서 실질적인 자산이 투자되는 스테이지(무대)까지 빨리 오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