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 면세점 간 임대료 갈등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적자에 시달리는 두 면세점이 임대료를 낮춰달라며 법적 조정 절차에 들어갔으나, 공사는 형평성·계약 절차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조정에 불참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면세점들의 공항 철수가 현실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방법원은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신청한 임대료 조정 민사조정 2차 기일을 진행했다. 인천공항공사는 6월 30일 열린 1차 조정에서 수용 불가 뜻을 밝힌 데 이어, 2차 조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양측의 의견 합치가 어렵다고 보고 강제 조정을 결정했다. 구체적인 조정안 제시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제 조정안을 반드시 이행할 필요는 없다. 인천공항공사가 조정안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앞서 면세점들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 악화 등을 이유로 임대료를 30~35% 낮춰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존엔 40% 낮춰달라고 요구했으나, 2차 조정 기일 전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공사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경쟁 입찰을 통해 정해진 금액이라며 조정 불가 태도를 고수했다. 공사는 임대료 인하가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라·신세계는 2023년 인천공항 4기 면세점 공개입찰에서 주력 상품권(DF1·DF2)을 각각 여객 1인당 8987원(낙찰률 168%), 9020원(161%)에 따냈다. 이는 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 대비 각각 68%, 61%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중국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변하고 내국인의 해외·온라인 구매 확대로 매출이 부진해졌다.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객 수는 3531만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면세점 매출은 2조181억원으로 2019년 대비 72% 수준에 그쳤다.

현재 신라·신세계는 매달 60억~8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월 3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신세계는 법무대리인은 법원 조정과 별개로 소송과 함께 공항면세점 폐점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공사에 따르면 두 업체가 계약을 해지하면 각각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6개월 의무 영업 조건도 따른다. 재입찰 참여는 가능하지만, 정성평가에서 감점이 불가피하다.

신라·신세계가 인천공항을 철수해 재입찰이 이뤄질 경우 차기 입점 후보로는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거론된다. 앞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CDFG도 인천공항 진입을 노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