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비즈니스(사업)화한다면 서울을 '아시아 패션의 허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롯데백화점이 케이(K)패션을 지원하는 1등 백화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5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패션포럼'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2025년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 개막 행사로 열린 '서울패션포럼'의 연사로 나선 정 대표는 'K패션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앞서 아르마니 등 35개의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선보인 패션 전문가이자 롯데백화점을 이끌고 있는 그는 "K팝과 드라마 열풍으로 시작된 K웨이브(한류)가 푸드와 뷰티, 패션 등 리테일 콘텐츠로 확산했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주축이 돼 서울의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성수동과 북촌 등의 지역이 각광받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CJ올리브영이 주도하는 K뷰티가 지난해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고, 많은 K푸드가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푸드와 뷰티 등 K콘텐츠가 정부 지원 없이도 성장해 가는 반면, 패션은 이런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엔 파리패션위크에 진출한 1세대 디자이너 우영미를 비롯해 젠틀몬스터, 마르디메크르디 등 창의적인 패션 인재가 많다. 그러나 산업의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현재 K패션은 개별 브랜드의 노력으로 패션 산업이 버티는 형국"이라며 "한국에 관심 있는 해외 고객들에게 한국의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서울패션위크에 대해서는 "패션쇼만 잘 한다고 서울이 패션의 도시가 될 순 없다"며 "옷을 판매하고 다양한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디자이너를 해외에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이 K패션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월드타워점은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아더에러, 이미스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온라인 브랜드의 매장을 제일 먼저 선보이며 'K디자이너 성지'로 부상했다. 이런 노력 등으로 이 백화점은 지난해 거래액 3조원을 돌파했다.
정 대표는 "전 세계 상위 10위 백화점 중 4개가 한국 백화점"이라며 "한국 백화점은 패션 외에 식품, 스포츠 등 프리미엄 콘텐츠를 갖췄고, 서비스도 5성급 호텔 수준으로 높다. 또 다양한 팝업 콘텐츠를 소개하는 주기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성장 이유를 짚었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도 K패션을 위한 공간 마련에 한창이다. 오는 7월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 신진 K패션 디자이너 쇼룸 '키네틱 그라운드'(가칭)를 조성하고, 내년 말에는 롯데 영플라자 전관을 K콘텐츠 전문관으로 리뉴얼(재단장)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한국의 20~30대 크리에이터가 가진 능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LVMH나 케어링 같은 기업들이 작은 브랜드의 성장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듯,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꾸준히 지원한다면 서울을 아시아 패션의 허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